[외언내언] 개신교의 참회

[외언내언] 개신교의 참회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9-09-13 00:00
수정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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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당시 유럽 사회에서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가톨릭의 부패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됐다.우리나라에서는 면죄부로잘못 번역된 대사(大赦·indulgentia)의 남용에 항의해 발표한 95개 조항의성명서가 그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대사란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행위인보속(補贖)의 방법과 기간이 너무 엄격해서 신자들이 보속을 다 이행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지자 10세기부터 교황이 일정한 조건을 부과하면서 죄를 사면해준 제도였다.그 조건들은 교회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희생이나 자선의 실천이었는데 교회가 부패하고 세속화하면서 대사가 남발되고 전제조건도 대성당 등을 짓기 위한 헌금으로 대체되면서 상품화되고 말았다.루터는돈으로 구원을 얻고자 하는 당시 교회의 악습에 반기를 들고 ‘오직 성서와믿음과 은총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은 뼈를 깎는 자기쇄신으로 거듭났다.지금도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해 파문(破門)했던갈릴레오 갈릴레이를 1992년 복권시켰다.지난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에 대한 교회의 침묵을 반성하는 문헌 ‘우리는 기억한다:쇼아(Shoah·유태인 대학살)에 대한 반성’을 발표했고 중세의 종교재판과 같은 교회사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회개도 이루어졌다.

한국 개신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개신교 교단에 구성된 15개 목회자회 연합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9일 일간신문에 ‘하나님과 국민 앞에 우리 자신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5단 크기 광고를냈다.같은날 10개 기독교 시민단체들도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실천연대’를 결성했다.이들은 최근 교회와 신자들이 연루된 일련의 사건들-고급옷 로비 사건,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방송사 난입,종말론 추종자들의 집단가출,신애양 사건,모 교단의 선거부정 및 비리 시비 등-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대해 참회하며 교회 쇄신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자기고발 광고는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고 왜곡된 기복신앙을 강조한 나머지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철저하게 가르치지 못한 죄 ▲돈과 권력있는 자를 가난하고 약한 자보다 우대하고 교회의 자원을 사회정의 실현과 이웃을 섬기는 일에 바로 사용하지 못한 죄 ▲IMF 고통과 북한동포들의 굶주림,세계 8억 인구가 기아상태에 있는 현실에서 나눔과 섬김의 원리로 청빈의 삶을 살지 못한 죄 ▲신사참배 등 역사적으로 교회가 권력과 맘몬(物神)의 우상 앞에 무릎 꿇었던 죄 등 7개항의 죄를 고백하고 있다.“주여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소서”로 끝나는 이 고백과 교회갱신운동이 루터의 성명서가 그랬듯 한국개신교를 거듭나게 하는 제2의 종교개혁바람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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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숙 논설위원

1999-09-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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