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욕먹고 거듭나기’

공무원들 ‘욕먹고 거듭나기’

최여경 기자 기자
입력 1999-08-18 00:00
수정 1999-08-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어떤 욕이라도 좋습니다.단,글쓴이가 공무원이라면 3인칭 욕만 허락합니다’ 공무원들의 사이버 모임인 ‘정부미를 먹고 사는 촌놈들의 좋은 세상 만들기(www.dasan.org)’가 ‘공무원 욕하기’ 메뉴를 만들어 스스로를 정화하고 나섰다.지난 6월 개설된 이 메뉴는 ‘스스로를 비판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져 800여건이라는 폭발적인 건수에 매건마다 3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비판하는 방법도 천태만상이다.

가장 애용되는 것은 명료한 제목으로 일침을 가하는 방법.자신을 ‘힘빠진후계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일반미(공무원이 아닌 사람) 너희들은 세멘미나 먹어라’는 제목의 글로 청정지역인 전남 보성에 레미콘공장 설립을허가한 보성군청을 비난했다.

또 ‘6급 승진시킨다는 농담에 사기 팍팍(이사관)’이라는 제목의 글은 “하위직에 혜택이 오지 않는 승진 운운하며 순진한 공무원들을 현혹시킨다”며 알맹이 없는 사기진작책을 지적하는가 하면 ‘아직도 이런 장관이(농민)’라는 글 속에서는 자기PR에 급급한 장관의 한심한 행태를 꼬집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글을 연달아 올리며 페이지를 장악하는 ‘도배법’도 인기있는 방법이다.‘공무원은 국민을 무시한다’,‘공무원은 반성을 모른다’,‘낭비하는 공무원’,‘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제목의 글을 한꺼번에 올리며공무원들에게 당한 ‘서러운 경험’을 조목조목 나열하는가 하면,‘내가 겪은 ○○등기소’,‘○○검찰청에서 생긴 일’ 등 관공서에서의 경험을 ‘연재’하기도 한다.

‘다 폭파시키자(막가파)’,‘이 기회에 아예 부숴버리자(독도)’,‘우리모두 이민을 가버립시다(일반미)’ 등 ‘과격선동파’들도 눈에 띈다.

홈페이지 운영자 ‘주기’(아이디)는 “공무원이 왜 욕을 먹는지 스스로가알아야 한다”면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국민과 공무원 사이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개설 취지를 밝혔다.

최여경기자 kid@
1999-08-1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