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작가 정동주씨 새장편‘콰이강의 다리’

대하소설 작가 정동주씨 새장편‘콰이강의 다리’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9-08-12 00:00
수정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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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태국을 가로질러 흐르는 ‘악마의 강’ 콰이강.풍토병의 소굴인그 강 위에 놓인 ‘지옥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콰이강의 다리 하면 먼저떠오르는 것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영국의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전쟁영화 ‘콰이강의 다리’다.이국정취를 자극하는 콰이강의 풍경과 포로들의 행진에 맞춰 울리는 경쾌한 휘파람 소리.그 선율은‘콰이강의 다리’를 한편의 뮤지컬영화로도 기억하게 한다.그러나 ‘콰이강의 다리’는 그저 뮤지컬 전쟁영화일 뿐,콰이강의 다리의 역사적 진실을 밝혀주지는 않는다.‘백정’‘단야’‘민적’등 선굵은 대하소설을 선보여온작가 정동주씨(52)가 펴낸 장편소설 ‘콰이강의 다리’(한길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우리 역사에 한 줄도 기록되지 않은 슬픈 이야기,곧 일제시대 군속으로 끌려갔다 일본인 신분의 전범으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당한 조선인들의 비극을 다룬다.태평양전쟁 당시 콰이강에서는 싱가포르 전선과 자바전선에서붙잡힌 연합군 포로 18만여명 등약 50만명이 강을 가로지르는 철도 건설에참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이 콰이강의 다리 건설에 참여한일본군 가운데는 한국인들이 적지않았다.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일본군은 한반도 전역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5,000명의 군속요원을 징발해 부산 노구치(野口)부대에 입대시킨 뒤 두달간의 교육을 거쳐 남양군사령부가 있는 태국으로 보냈다.군속요원들은 각 부대에 배치됐고,이들 가운데 영어에능통한 300여명은 콰이강을 가로지르는 철도 건설공사에 투입돼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이들은 조선인이지만 창씨개명을 해 연합군 포로의 눈에는 모두일본군으로 비쳐졌다.이 때문에 이들은 종전후 일본군 전범으로 체포돼 24명이 사형,27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무기징역을 받은 사람들은 두 번의국제재판을 받은 끝에 일본으로 송환됐지만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무국적자로 전락했다.일본과 한국 양국 모두 이들을 철저히 외면한 탓이다.이들의비극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소설은 전범으로 붙잡혀 사형을 선고받은 24명의 한국인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 김덕기씨(본명 홍종묵)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현대사에서 증발해버린 콰이강의 비극을 추적한다.김씨는 도큐야마 마츠오라는 이름으로 1942년 군속요원(통역)으로 징발돼 콰이강 다리 공사에 투입된 인물.김덕기가군속요원으로 징발된 시점을 시작으로 콰이강 다리건설,전범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 과정,일본 형무소 수감생활,국적을 찾기 위한 소송과정 등이 펼쳐진다.작가는 지난 92년부터 이 소설을 구상,8년만에 완성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이 영국인의 시각에서 콰이강의 비극을 다뤘다면,정씨는한국인의 시각으로 역사속에 매몰된 사실들을 밝혀낸다.소설 ‘콰이강의 다리’가 잊혀진 한국인들에 대한 복권청구서로 읽혀졌으면 한다는 게 작가의말.작가는 콰이강의 다리를 “일본의 그릇된 근대화의 상징적 건축물이자 일본 군국주의의 바벨탑”으로 규정한다.

김종면기자 jmkim@

1999-08-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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