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허탕’,‘현실안주냐 탈출이냐’진지한 물음

장진의 ‘허탕’,‘현실안주냐 탈출이냐’진지한 물음

입력 1999-07-13 00:00
수정 1999-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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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문화일꾼’장진이 대학로로 돌아온다.

영화·연극·방송 등 어느 장르건 손댈 때마다 녹록치 않은 솜씨를 보인 그가 이번엔 들고 나선 것은 연극 ‘허탕’.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다음달 7일부터 10월31일까지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다.‘허탕’은 지난 95년 그에게 ‘연출 데뷔’의 설렘을 주었던,애정이 깃든 작품.

“전방에서 군복무를 할 때 갑자기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매일 같은풍경에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젖다 보니 ‘내가 살던 서울이 지금도있을까’라는 실존적 고민에 빠진 거죠.절박한 경험을 살려 작품을 구상했는데 무려 15개월이 걸렸습니다”.

작품 배경은 호화 감옥.텔레비전,VTR,오디오는 물론 고급 식사가 나온다.또감시 모니터에 대고 고함만 지르면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어 ‘뭐 이런감옥도 다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감옥이기에 죄수 장덕배(정규수·정지현)와 유달수(임원희·신하균)는 탈출을 꿈꾼다.하지만 여자죄수 서화이(김성미·구혜진)가 들어오면서 입장이 갈린다.그를 사랑하게 된달수는 안주(安住)를,덕배는 여전히 자유를바란다.

내용이 약간 무거워 보이는데다‘언어 연극’이라 지루하게 흐를 위험이 있다.이를 의식한듯 장진은 다양한 장치로 ‘폭소 전략’을 짰다.

복안은 실험적 영상기법과 코믹 터치.무대에 5∼6대의 CC-TV, 객석 곳곳에15∼20개의 모니터를 설치한다. 관객은 무대 위에 펼쳐지는 것,등돌린 배우의 앞모습처럼 평소 볼 수 없는 것 등 모든 상황을‘감시자’로서 바라볼 수있다.

사이사이에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영상을 맛뵈기로 틀어준다.전통적인 연극기법만으론 요즘 관객의 세련된 감각을 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2일 연습장에서 본 장진은 장면마다 배우들에게 동원할 수 있는 모든표현수단을 주문했다.가장 웃기는 동작이나 대사를 뽑으려는 것이다.

이런 포맷에 힘입어 연극은 따분하지 않게 진행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전개로‘이야기 흐름’을 따라잡는 재미를 준다.

한편‘호화 감옥’은 현실 세상의 비유다. 비록 감옥 바깥이 자유롭게 보여도‘보이지 않는 권력’(극 속에선 감시자)에 구속받는다. 장진은 이 작품에서 현실에 머물지 않고 늘 도전하면서 비상(飛翔)하자고 제의한다.

그의 ‘허탕’은 묻고 있다.현실과의 화해와 끝없는 탈주,이중 당신은 어느쪽에 있습니까?(02)763-8233이종수기자 vielee@
1999-07-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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