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언론개혁 절박하다

[대한광장] 언론개혁 절박하다

유일상 기자 기자
입력 1999-06-21 00:00
수정 1999-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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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은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고 불합리한 구조를 정리하여 언론계를 갱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즉,언론인의 사회의식수준을 높임으로써 그들의 양심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해 굽힘없이 발양될 수있도록 주변환경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개혁해 나가는 작업이라 하겠다.

한국언론은 적어도 과거 30여년간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고 있을 때,독재자와 그 동조세력의 목청과 용어와 형식논리를 오히려 더욱 미화·확대하여 유포시킴으로써 군사주의적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민주주의의 발전을 늦추는데 협력해 왔다.물론 많은 지식인과 평범한생활인도 긴급조치와 계엄령,반공법,국가보안법 등의 합법적 억압 때문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유린당하는 처지에서 언론인만이 양심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음을 양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압제와 저항의 시대가 역사속에 묻히고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평등이 함께 존중되면서 과거를 청산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아야 할 때이다.이 시대는 언론이 정치권력의 일부였거나 상업세력의 광고인이었거나 일부 지식인만의 무대였던 과거와의 명백한 결별을 요구한다.

첫째, 언론은 공·사인을 막론하고 특정인을 영웅이나 마녀로 만드는 시민적 의제설정에만 바빴다.이 기능적 과정에서 언론은 예사로 개인의 인권을침해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흥미거리로 삼아 사람을 농락하기를 즐겨왔다.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은 제로였던 것이다.

둘째로 우리 언론인은 취재현장에서의 용기가 지나쳐 어리석은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취재를 빙자하여 사적(私的) 서류를 절취하거나 공무원을 사칭하면서 뉴스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대단한 능력쯤으로 여긴다.기자가정보제공자의 신원을 쉽게 밝혀버리거나 기사가 나가기도 전에 관련정보를누설하는 등 약속위반이 다반사인 상태에서 취재원 쪽에서는 기자에게 비밀정보를 제공할 엄두도 낼 수 없는게 현실이어서 시민사회 전체는 언론의 초법적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

셋째로 언론기업의 거대화와 집중화로 인한 여론독점은 언론자유의 본질적가치에이르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로운 교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이미 관료구조화된 언론기관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대신,권력이나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와같은 구태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언론이 민주주의에 필요한 공적 정보를 사회에 전달하고 권력을 감시하면서 사회생활의 여러 영역에서도 속도감있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확실하게 개혁되어야 한다.속보와 특종도 중요하지만 성실한 자세로 수용자의 사랑을 받으며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건전한 모습이다.공중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은 독립적인 사회적 제도로서의 의미가 희박하고 선거에 의해 권력이 창출되는 대의민주제의 발전이라는 앞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그러므로 개혁된 언론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 더욱 신중한 취재보도를 해야 마땅하다.

제 아무리 시민세력이 독려한다고 해도 언론주체가 개혁되지 않으면 현실의 언론상황을 타파하고 새 전통을 수립하려는 언론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그러므로 성공적인 개혁을위해서는 이를 선도할 언론계 내부의 힘이 필요하다.역사관과 민족관이 올곧고 이기심을 최소한으로 자제할 수 있는 언론인들이 양심을 담보로 결집한 역량이 넉넉할 때,언론개혁 선도진영은 하나의 운동으로서 이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도 이제는 외형경쟁이나 이익경쟁 대신 전달내용의 질적 경쟁을 통해 매체간 건설적인 비판과 상호감시를 활성화하여 언론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그래야 상업적인 선정언론과 권력추종적인 편파언론의 허물을 벗고 민중의 알 권리에 화답하여 객관세계를 진실하게 감시하는 민주주의적 참언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언론개혁은 결코 정치권력이 위로부터 압력을 가하거나 법제적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강조한다.

[柳一相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 美 오리건大 교환교수]
1999-06-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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