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모더니즘이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온 원로 서양화가 이세득(78).우리의 미감과 전통을 서구적 조형언어와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이다.그럼에도 그는 ‘작가 이세득’보다는 ‘미술행정가 이세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63년 국제조형예술가협회 한국위원회 설립,91∼97년 선재미술관 관장 등 회화작업 이외의 활동에서도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있기 때문이다.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세득 회고전’은지금도 하루에 소품 한점씩은 꼭 그리는 현역작가 이세득의 치열한 창작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초기의 사실적인 작업에서부터 근래의 추상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이총망라돼 전시되기는 91년 호암갤러리 회고전 이후 처음.작가의 조형정신의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52점이 시기별로 나뉘어 걸려 있다.전시는 7월 4일까지(월요일 휴관).
1975년까지의 초기 작품 가운데 우선 시선을 끌만한 것은 ‘자화상’(42년).고전적이고 사실적인 인물화를 주로 했던 도쿄제국미술학교 시절의 화풍을짐작케 하는유일한 그림이다.이세득의 초기 인물화를 보면 그가 샤반느와보티첼리,드가 등에 심취했음을 알 수 있다.이 초기 인물화에 정물과 풍경이 도입되면서 그의 화면은 차츰 비대상으로 변화해 갔다.이 시기는 브라크와마티스에 심취했던 1957∼58년 무렵.‘하오의 테라스’나 ‘구성’같은 작품의 단순화된 분할 화면에는 그들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이세득은 58년부터 4년동안 추상 열풍에 휩싸인 파리에서 작업하면서 한국적인 것에 매료됐다.예컨대 신라 토기의 질감과 조형성,고구려 벽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런 요소들은 ‘주(宙)’‘고화(古話) 72-E’ 등의 작품을 통해 70년대 초까지 그의 화면을 지배했다.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고건축에흥미를 가지면서 발견한 탱화와 단청의 이미지 역시 그의 화면에 되풀이해등장하는 한국적 요소.탱화와 단청의 색채와 이미지는 ‘열반’‘전설기’등 80년대 초에 제작된 일련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이미지는 자취를 감춘다.대신 옛 창호를 연상시키는 추상공간이 화면에등장한다.“창호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공간 또는 우주 공간의 개념과 상통하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런 공간 속에서 화면은 비로소 유동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미술평론가 이경성은 이시기의 작품을 ‘서정적 추상공간’이라고 부른다.한편 이세득은 80년대 후반 ‘심상’연작 이후에는 감각적인 색채마저 배제한 절제된 화면을 보여준다.이는 자신이 추구해온 서정적 세계를 정신적으로 보다 심화시키려는 작가의 또 다른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4일 오후 7시30분 ‘러시아와 프랑스 피아노 음악’이라는 제목의 기념연주회가 마련된다.(02)733-8945김종면기자 jmkim@
초기의 사실적인 작업에서부터 근래의 추상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이총망라돼 전시되기는 91년 호암갤러리 회고전 이후 처음.작가의 조형정신의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52점이 시기별로 나뉘어 걸려 있다.전시는 7월 4일까지(월요일 휴관).
1975년까지의 초기 작품 가운데 우선 시선을 끌만한 것은 ‘자화상’(42년).고전적이고 사실적인 인물화를 주로 했던 도쿄제국미술학교 시절의 화풍을짐작케 하는유일한 그림이다.이세득의 초기 인물화를 보면 그가 샤반느와보티첼리,드가 등에 심취했음을 알 수 있다.이 초기 인물화에 정물과 풍경이 도입되면서 그의 화면은 차츰 비대상으로 변화해 갔다.이 시기는 브라크와마티스에 심취했던 1957∼58년 무렵.‘하오의 테라스’나 ‘구성’같은 작품의 단순화된 분할 화면에는 그들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이세득은 58년부터 4년동안 추상 열풍에 휩싸인 파리에서 작업하면서 한국적인 것에 매료됐다.예컨대 신라 토기의 질감과 조형성,고구려 벽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런 요소들은 ‘주(宙)’‘고화(古話) 72-E’ 등의 작품을 통해 70년대 초까지 그의 화면을 지배했다.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고건축에흥미를 가지면서 발견한 탱화와 단청의 이미지 역시 그의 화면에 되풀이해등장하는 한국적 요소.탱화와 단청의 색채와 이미지는 ‘열반’‘전설기’등 80년대 초에 제작된 일련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이미지는 자취를 감춘다.대신 옛 창호를 연상시키는 추상공간이 화면에등장한다.“창호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공간 또는 우주 공간의 개념과 상통하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런 공간 속에서 화면은 비로소 유동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미술평론가 이경성은 이시기의 작품을 ‘서정적 추상공간’이라고 부른다.한편 이세득은 80년대 후반 ‘심상’연작 이후에는 감각적인 색채마저 배제한 절제된 화면을 보여준다.이는 자신이 추구해온 서정적 세계를 정신적으로 보다 심화시키려는 작가의 또 다른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4일 오후 7시30분 ‘러시아와 프랑스 피아노 음악’이라는 제목의 기념연주회가 마련된다.(02)733-8945김종면기자 jmkim@
1999-06-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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