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사고 再發 부른 용두사미 징계

[오늘의 눈] 사고 再發 부른 용두사미 징계

박성태 기자 기자
입력 1999-03-16 00:00
수정 1999-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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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의 솜방망이 제재가 결국 화를 불렀다.” 15일 발생한 대한항공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악천후로 인한 어쩔 수 없는사고로 추정되지만 원인(遠因)은 감독기관인 건교부의 항공사고에 대한 제재 조치가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효과도 없고 형식적이었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교부는 지난달 22일 많은 비난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잦은 항공사고 책임을 물어 대한항공에 내렸던 6개월간의 국내선 임시편 운항제한 조치를 2개월 앞당겨 해제했다.

이같은 결정은 행정당국의 제재는 결국 ‘엄포용’이라는 인식을 대한항공에 심어주었고,이날도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착륙 강행을 시도하게 한 것이었다.

만약 건교부가 대한항공에 내린 제재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제2,제3의 제재 조치가 두려워 안전운항을 했을 것이고,이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건교부는 지난해 10월 사고가 잦은 대한항공에 대해 서울∼도쿄노선의 운항편수 감축과 함께 국내선 임시편 운항제한 조치를 내렸다가 항공법의 무리한 해석이었다는 말썽이 생기자 국내선 운항제한만 해오다 이마저도 지난달 해제했던 것이다.

건교부 당국자는 “제주지역을 오가는 교통인구의 92%가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는 데다 대한항공의 제주노선 운항감축에 따른 제주 관광객 감소 및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해제이유를 밝혔다.

그때 건교부 주변에서는 “건교부가 당초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하지 않은채 징계를 결정했을 리가 없다”면서 “황금 구간인 제주노선의 임시편 운항 허용을 집요하게 요구해온 대한항공측 로비에 건교부가 사실상 굴복한 꼴”이라고 말했다.

또 “임시편 운항제한 조치를 2개월 앞당겨 슬그머니 풀어줌으로써 ‘특정사 봐주기’란 의혹을 떨칠 수 없게 됐다”며 “기준과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 조치는 결과적으로 항공사의 안전불감증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것”이라고 경고했었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만 것이다.

소신 없는 행정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를 불러올 뻔했다는 사실에 건교부 항공정책 담당자들은 이제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야 하지 않을까.박성태 경제과학팀차장
1999-03-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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