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북한 신년사

외언내언-북한 신년사

장청수 기자 기자
입력 1999-01-04 00:00
수정 1999-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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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년사는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정책대강을 밝히는 일종의 국정지표로서 새해 첫날 아침에 발표된다.신년사는 시대상황에 따라 신년사·연설·주요신문 사설 등으로 형식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보통 당과 국가의 수반이 연설형식을 빌려 발표되는데 지금까지는 金日成의 육성연설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金日成사후에는 신문사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올해도 1일 당보(노동신문),군보(조선인민군),청년보(청년전위)공동사설 형식으로 된 99새해 신년사를 발표했다.북한은‘올해를 강성대국 건설의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자251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통해 사회주의 사상·군사·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작년에 이어 경제건설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주민들이 감내해온 고통과 희생을 교훈으로 무엇보다 먹는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농업생산은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는 강성대국 건설의 새로운 구호를 등장시켜 식량난 해결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올해 북한 신년사의 특징은 새로운 정책이나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아내지 못한채 사회주의 체제고수·총력적 경제건설·金正日중심의 결속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해 극심한 식량난과 악화일로의 경제난으로 벼랑끝에 몰린 오늘의 체제위기 상황을 뚫고 나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단지 구태의연한 체제고수를 위한 주민들의 사상투쟁과 노력배가를 독려하는 선동구호만을 제시,金正日체제의 무력증과 체제발전의 한계성마저 드러내 주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대남제의나 정책제시 없이 도식적·냉전적 대남전략을 추구하고 있다.연공통일(聯共統一)노선을 주장하며 국가보안법 철폐와 안기부 해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올해도남북한 당국자간 대화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대남통일전선 공세를 계속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金正日체제 공식 출범이후 처음 맞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충성강화와 체제옹호 논리 그리고 냉전적 대남전략을 추구한 것은 한계상황에 봉착한 북한의 처지를 극명하게 대변한 것으로 이해된다.북한당국은 사회주의 민주화 없이는 체제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張淸洙논설위원 csj@]

1999-01-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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