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거리서 맞는 성탄/나효우(기고)

절망의 거리서 맞는 성탄/나효우(기고)

나효우 기자 기자
입력 1998-12-25 00:00
수정 1998-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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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찾아 거리 헤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회의 문 활짝 열어야

지금으로 부터 약 2000년전의 일이다.당시 로마의 식민통치하에 있던 이스라엘은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각각의 당리당략에 얽매인 정치권은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였고 나라는 오랜 세월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역감정마저 생긴 터였다.당시의 회당(교회)들은 율법이 정한 관습과 제도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못 벗어나 있었다.희망이 없었다.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그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그들이 기다리는 메시아는 희망의 새 나라를 건설하는 시대의 영웅이었다.

그렇듯 어수선한 세상의 한 모퉁이에서 가난한 여인 ‘마리아’가 곧 해산할 배를 부여잡고 남편 ‘요셉’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마리아가 아픈 배를 이끌고 찾아간 곳 중에는 회당도 있었으리라.그러나 그들을 맞아줄 회당은 없었던 것같다.회당의 담은 높을 대로 높았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들은 골목길을 헤매다 마침내 한집을 찾았고 집 주인은마리아에게 마굿간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가난한 사람들,거리의 노숙자들 사이에서 이처럼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것이다.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후세가들이 나중에 오늘의 12월25일로 정한 것이다.

십여년전 나는 찹쌀떡장수로 추운 밤거리를 나선 적이 있다.한 골목을 접어들자 교회가 보였다.교회에서는 찬송이 흘러나왔다.‘기쁘다 구주오셨네,만백성 맞으라’.나는 찬송에 맞춰 외쳤다.‘찹쌀떡,메밀묵’.그러나 내 목소리는 기묘하게 합쳐졌다.‘기쁘다,찹쌀떡.구주오셨네,메밀묵’.목소리가 교회안까지 들릴 리 없었지만 그때처럼 외로운 성탄절은 없었던 것같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최근 자료에 의하면 6만여 교회에 1,200만명의 신도를 자랑한다.그러나 거리를 헤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여주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물질·성장위주의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가난한 이들이 따뜻한 쉴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한국교회는 이들의 삶에 동참함으로써새롭게 태어날수 있을 것이다.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한국교회는 청빈과 나눔,가난의 영성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예수님은 호화로운 저택이 아닌 노숙자의 거리,말 구유간에서 나심을 고백하고 가난하고 지치고 쉴 곳없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문을 열어줘야 한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지역사회 공동체운동’을 펴야 한다.교회는 사회에 책임있는 구성원이다.때문에 대화와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돼야 한다.지역주민들을 위한 ‘열린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성장 제일주의와 물신숭배사상에 얼룩진 세속의 삶을 지양해야 한다.

셋째로 한국교회는 대립과 반목을 넘어 대안사회를 위한 화해와 희망의 공동체로서 선구적 역할을 해야 한다.선진국들은 보수·진보의 정권교체를 통하여 양자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21세기를 향한,새로운 사회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한국교회도 보수·진보를 극복하는 제3의 길을 모색,제안하는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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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2-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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