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태,빠른 수습을(사설)

조계종 사태,빠른 수습을(사설)

입력 1998-12-24 00:00
수정 1998-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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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계사에 대규모 경찰병력이 투입돼 총무원 청사를 점거중인 정화개혁회의측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루어졌다. 점거 승려들의 거센 저항을 경찰이 4시간만에 진압했지만 이 과정에서 최루액과 화염병 공방이 펼쳐지고 분신과 할복자살 위협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진 가운데 경관 5명이 중상을 입은 것을 비롯,20여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주변도로의 교통이 마비돼 출근길 시민들도 큰 고통을 겪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후보간의 세력 다툼으로 지난달 11일 정화개혁회의측이 총무원을 전격 점거함으로써 시작된 조계사 사태가 이렇게 결말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중생을 제도해야 할 불교계가 세속의 법에 의해 심판받고 강제집행까지 당했다는 것은 불교계 전체의 수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에서 정화개혁회의측은 물론 그 반대편에 선 총무원측도 뼈아픈 자성을 해야 할 것이다. 40여일에 걸친 조계사 점거는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져 공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했다. 어떤 폭력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종교 역시 치외법권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단 문제를 사법 심판대로 끌고 간 것도 분규 당사자들이다. 총무원측은 ‘조계사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정화개혁회의측은 ‘총무원 인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이 총무원측의 가처분 신청만 받아들이자 정화개혁회의측은 “승가사회의 전통을 무시하고 세속적 잣대로 재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두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방해하고 버티다가 이번 사태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사법부의 결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공권력에 맞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정화개혁회의는 이제 더 이상 물리력에 의존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다. 21일 기습적으로 접수한 대구 동화사에서도 물러나고 금산사,선운사 등을 접수하려는 시도 또한 중단해야 한다. 조계종 분규가 전국 주요사찰로 확대돼 폭력사태가 잇따르면 자멸(自滅)의 길로 들어설 뿐이다. 종단개혁에 뜻을 두었다가 불교의 위신이 추락한 결과를 보게된 월하종정도 큰 스님의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고 총무원측은 총무원장 선거가 공정하고 사심없게 치러질 수 있도록 뜻을 모아 더 이상 불자와 대중을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1998-1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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