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母 이태영 여사/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代母 이태영 여사/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12-19 00:00
수정 1998-12-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생전의 李兌榮 박사는 그가 활동하는 동안 언제나 두개의 가방을 들고 다녔다. 하나는 일상적인 소지품을 넣는 핸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법률상담을 위한 관계자료와 서류들이 담긴 가방이다. 그의 가방은 이 나라 여성계와 인권보호를 위한 업적의 흔적이며 가정평화운동에 몸바친 그의 평생은 여성운동과 우리 현대사 자체라고 할 수 있다.그의 생애는 주부,여성해방운동,인권운동가로서 요약된다. 해방후 서울대가 남녀공학이 된뒤 첫 여학생이자 4남매를 둔 주부학생으로서 한번 결혼하면 집안에 파묻혀 살림이나 하는 오랜 구습을 깨고 용기있게 만학을 실천해 보인 예이다. 또 지난 52년에는 우리나라 여성중 처음으로 고등고시에 합격했으나 야당 정치인(鄭一亨 박사)의 아내라는 이유로 법관 임용이 되지않자 좌절하지 않고 여성변호사로서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개설했다. 여성과 가정문제에 근본적으로 파고들기 위해 55세의 나이로 서울대에서 ‘한국이혼제도연구’로 법학박사학위를 받는가하면 여성으로서의 불이익과 차별,주부로서의 아픔과 억울한 삶을 상담하는 동안 그들의 상처가 전염이 되어 이른바 ‘상담소병’을 앓기도 했다. 법률구조에 관한 개념이 낯선 시대에 남녀의 상속지분 차별을 없애고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가정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그의 필생의 역작이 아닐수 없다. 이로 인해 이땅에서 숨죽이고 살던 여성들이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게되었고 진정한 남녀평등시대를 열면서 비로소 여성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74년의 ‘민주회복국민선언’,76년 3·1민주구국선언 등으로 여성이전에 이 나라의 국민이며 인간으로서 시대의 고통에 동참한다는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래선지 여성권익보호를 위한 사회운동을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성취했다는 점에서 곧잘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와 함께 ‘가장 존경하는 여성’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빅토르 위고는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지만 힘없는 여성들의 대모(代母)로서 여성이기전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것을 웅변해온 그는 남녀불문코 만인의 어머니로서 위대하다. 하늘에서도 매맞고 힘없는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별빛으로 비춰주기를 기원한다.

1998-12-1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