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는 20일 IMF의 늪에 빠진 한국민에게 동정심을 표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프레스센터 주최 조찬강연회에서였다.
그는 “한국 가구의 3분의 2가 1년전보다 경제형편이 어려워졌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했다.이어 “여론조사와 통계수치로 절실한 경제불안과 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다 담아내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판 경제위기의 원인에 관해선 끝내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직업외교관으로서 몸에 밴 조심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우회적으로라도 했다.“한국경제의 과제는 신속한 구조조정이고,그 요체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라고 충고했다.나아가 “한국적 발전모델은 과거엔 잘 통했지만 글로벌체제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교적 수사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한국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효율성 결핍을 지적한 셈이다.민간과 공공부문에 만연하는 불합리와 적당주의를 제거하지 않으면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물론 보스워스대사와 IMF 등 서방선진권이 요구하는 ‘글로벌기준’이 반드시 금과옥조는 아닐 것이다.국제 금융자본의 약육강식 논리가 숨어있을 수도 있는 탓이다.
다만 그도 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긍정 평가했다.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교한 실행프로그램을 제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오히려 개발연대식 주먹구구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금강산관광을 위한 현대측의 외국 유람선 용선건이 단적인 사례다.지난 25일 배를 빌린 뒤 하루 15만달러의 외화가 낭비되고 있는 탓이다.‘알을 까기도 전에 병아리를 세는’ 무모한 기업경영과 이를 방치한 관료들의 무신경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일터에서 돌아온 농부는 뚫어진 창호지문에서 스며드는 찬바람을 버선으로 막았다.아침이 되자 다시 그 버선을 빼 신고 일하러 나갔다”
한 일본인은 한국인들의 무신경과 적당주의를 이처럼 풍자한 여행기를 남겼다.과거 정권의 정책 실패가 현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면 정경유착과 적당주의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가 그 종범이 아닐까 싶다.
그는 “한국 가구의 3분의 2가 1년전보다 경제형편이 어려워졌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했다.이어 “여론조사와 통계수치로 절실한 경제불안과 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다 담아내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판 경제위기의 원인에 관해선 끝내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직업외교관으로서 몸에 밴 조심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우회적으로라도 했다.“한국경제의 과제는 신속한 구조조정이고,그 요체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라고 충고했다.나아가 “한국적 발전모델은 과거엔 잘 통했지만 글로벌체제에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교적 수사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한국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효율성 결핍을 지적한 셈이다.민간과 공공부문에 만연하는 불합리와 적당주의를 제거하지 않으면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물론 보스워스대사와 IMF 등 서방선진권이 요구하는 ‘글로벌기준’이 반드시 금과옥조는 아닐 것이다.국제 금융자본의 약육강식 논리가 숨어있을 수도 있는 탓이다.
다만 그도 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긍정 평가했다.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교한 실행프로그램을 제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오히려 개발연대식 주먹구구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금강산관광을 위한 현대측의 외국 유람선 용선건이 단적인 사례다.지난 25일 배를 빌린 뒤 하루 15만달러의 외화가 낭비되고 있는 탓이다.‘알을 까기도 전에 병아리를 세는’ 무모한 기업경영과 이를 방치한 관료들의 무신경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일터에서 돌아온 농부는 뚫어진 창호지문에서 스며드는 찬바람을 버선으로 막았다.아침이 되자 다시 그 버선을 빼 신고 일하러 나갔다”
한 일본인은 한국인들의 무신경과 적당주의를 이처럼 풍자한 여행기를 남겼다.과거 정권의 정책 실패가 현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면 정경유착과 적당주의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가 그 종범이 아닐까 싶다.
1998-10-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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