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납치사건과 DJ 심중(청와대 취재수첩)

도쿄 납치사건과 DJ 심중(청와대 취재수첩)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1998-10-09 00:00
수정 1998-10-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일본을 방문중인 金大中 대통령은 이른바 ‘DJ 도쿄 납치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8일 국회연설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의 간단한 언급이 전부다. 그것도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전 기자회견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오후 국회연설에서도 ‘25년 전 도쿄 납치사건을 비롯해 생명을 잃을 뻔하였던 내가…’라며 핵심을 비켜 지나갔을 뿐이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치러진 생환 25주년 기념미사와 사진전의 열기에 비하면 의외다.

金대통령이 언급을 피하는 이유는 뭘까.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별히 새로 말할 게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 80년 서울의 봄,오랜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그 때의 입장에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한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따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金대통령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는 해명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한·일관계를 ‘사과와 망언’으로 반복·요약되는 구태의 양자차원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다시말해 희망과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21세기를 앞두고 이제 두나라 관계를 아시아,나아가 범세계적인 차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林東源 외교안보수석도 “이 문제는 한·일 양국 외교관계의 껄끄러움 같은 것”이라며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양국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사실 ‘DJ 납치사건’은 어느 정도 진상이 드러나 있다. 더구나 우리측에서 보면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다. 金대통령이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역사적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시효중이어서 ‘공’은 일본측에 넘어가 있는 형국이다. 굳이 우리가 먼저 들춰낼 사안이 아닌 것이다.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金대통령의 ‘실리’와 ‘미래 외교’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梁承賢 기자 yangbak@seoul.co.kr>

1998-10-09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