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진솔한 사과’와 그이후/李昌淳 특집기획팀장(데스크 시각)

日의 ‘진솔한 사과’와 그이후/李昌淳 특집기획팀장(데스크 시각)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8-09-12 00:00
수정 1998-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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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大中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을 방문한다. 그때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공동선언문에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를 담아 과거사를 일단락짓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엔 ‘과거사의 족쇄’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가자는 양국 공동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할수 있다.

일본과 새로운 차원의 우호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새 세기를 준비하는 지금 옳은 방향일 것이다. 일본의 야만적 식민지 지배를 결코 잊어서는 안되지만 과거에만 얽매여 있을 수도 없다. 과거가 지나치게 미래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사 매듭 새틀짜야

아시아인들이 일본의 사과를 신뢰할 때 일본은 과거사에서 자유로워진다. 일본은 그 동안 아시아 침략을 반성한다고 여러번 밝혔다. 그러나 수사학적 표현에 머물고 진실성이 부족했다. 총리나 외상이 반성한다고 말하면 보수파 지도자들이 나서 아시아 침략의 정당성을 강조하곤 했다.

일본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늘 일본을 불신해왔다. 일본이 신뢰를 얻으려면 진솔한 사과와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법밖엔 없다. 사실 일본 사회에도 그 동안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보수파가 지배하는 정치판에도 신세대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세대 정치의 리더인 간 나오토 민주당 당수는 최고 인기 정치인이 됐다. 아시아 침략과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변화가 보편화될 때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차원의 21세기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과거사는 21세기에도 양국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21세기 파트너십은 한국인에게도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한국은 그동안 과거사를 한·일 외교에 활용한 면이 없지 않다. 과거사 외교 카드는 일본이 침략행위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진솔한 사과를 전제로 양국이 과거문제를 일단락지을 경우 한국인들도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의 만행이역사에서 사라지는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감정의 벽을 넘어 일본과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쟁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 관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사과하지 않는다고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경제적 일본 의존은 심화되기만 했다. 한국은 특히 정치·관료·경제계의 ‘철의 삼각관계’를 통해 경제 기적을 이룩한 일본을 모델로 경제발전을 했다. 그러나 삼각관계의 유착이 부패로 이어지며 일본 모델은 20세기 말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日 의존 경제구조 개선을

우리는 ‘실패한 일본 모델’에서 교훈을 얻고 일본 의존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너무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로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발전시키면서 기술개발과 교역의 다변화 등을 통해 서서히 일본 의존을 낮추어야 한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경제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지나친 경제적 예속은 중대한 문제다. 일본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한국을 만들어야 진정한 21세기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98-09-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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