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학 사회(任英淑 칼럼)

흔들리는 대학 사회(任英淑 칼럼)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8-07 00:00
수정 199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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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 학사책임자와 불어불문학과 여교수가 최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앞으로 여성학을 강의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왜요” “불문과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여성학은 교양과목으로 개설돼 계속 강의할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나는 여성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요” “책 몇권 읽어보고 어떻게 해보세요. 교수님을 생각해서 특별히 귀띔해 드리는 것입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 이 대화내용이 보여주듯 지금 대학사회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태풍이 거세게 밀어 닥친 것이다.

몇년전 부터 조용히 시작한 이 태풍의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 것은 지난달말 서울대 개혁안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학부대학·전문대학원 도입,신입생 무시험 선발등을 내용으로 한 서울대 개혁안이 대학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것은 기존 학문과 교수의 입지를 근본부터 흔들 위험 때문이다. 즉 졸업후 취직이 잘되는 응용학문에 밀려 수요가 적은 기초학문은 시들고 비인기 학과의 교수는 설자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실제로 일부 사립대학들은 의학,공학,약학,법학,경영학,신문방송학 등 응용학문 분야는 살리고 물리학,수학,화학,철학,문학 등 순수학문 분야는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학생들의 전공선택 기회를 넓히기 위해 실시된 학부제의 결과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99학년도부터 학부제가 전면실시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학부제 실시를 앞둔 지방대학들은 여름방학중에도 교수회의를 소집해 학생 모집 단위를 어떤 학과끼리 묶을지 고심하고 있다. 각 학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오는 2003년부터는 대학입시생보다 대학정원이 넘치게 된다. 학생이 없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최근 강제 폐교 대상이 된 광주예술대와 한려대가 있는 호남지역은 이미 대학 진학을 원하는 고교생보다 대학·전문대 정원이 50%이상 많다. 고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도선매식 입학예약제를 시도할 만큼 대학 입장은 급박해졌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지 않는 교수는 더이상 대학에 남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부교수만 되면 보장되던 정년도 흔들리고 교수 재임용제도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나 학생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분화된 전공의 벽을 허물고 학문의 선진화와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대학 구조조정의 기본틀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듯 싶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21세기를 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과제는 교육”이라고 역설했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첫째도 교육,둘째도 교육,셋째도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교육문제를 선거쟁점으로 삼아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독일의 교육과학부는 ‘미래부’로 불리기도 한다. 교육개혁에서 우리는 선진외국보다 한발 늦은 셈이다.

대학구조 조정은 개인적인 이해관계 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며 이루어져야 성공할 것이다. 어느 교수,어느 학과가 살아 남느냐 보다는 학문과 대학,나라가 살아 남을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사립대학은 이른바 ‘장사가 되는 학과’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국·공립 대학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한 기초학문 발전의 터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논설위원 ysi@seoul.co.kr>
1998-08-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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