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리수사 철저히(사설)

정치권 비리수사 철저히(사설)

입력 1998-08-01 00:00
수정 1998-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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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가운데 경성그룹에 대한 특혜대출 시비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고,검찰은 정치인들이 개입한 것은 사실이나 물증이 없어 수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형 비리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정치인,그들에 대한 의도적인 축소수사라는 점에서 과거 수서사건이나 한보비리의 재판(再版)이나 다름없다.

이에 관한 정치권의 공방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 없다. 여·야당은 진실의 규명보다는 변명과 말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거짓 투성이인지는 이미 한보비리를 통해 천하에 드러났었다. 정치권의 온당한 자세는 겸손하게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재·보선에서 40%의 저조한 투표율로 정치판에 냉소를 던진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사실 정치권은 우리나라 부정부패의 몸통이다. 어떤 돈을 받아도 정치자금이라는 핑계로 법망을 피해나간 사례가 부지기수다. 민주정부가 수립된 이후반세기가 지나도록 정치인의 부패가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다. 자체 감사 및 감사원 감사,국민의 고발 등으로 2,3중의 감시를 받는 공직자들은 몇 푼을 받아도 엄한 처벌을 받는다. 반면 정치권에는 이런 제도적 감시장치가 없는데다 드러난 비리에도 법이 지나치게 너그럽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덕에 과거 부정부패로 실형을 받은 많은 인사들이 지금도 국회에서 버젓이 선량 노릇을 하고 있다.

경성 비리에는 정권 교체시기와 맞물려 구여권과 신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됐다. 이 점에서 ‘정치인의 부패는 고질’이라는 국민들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경성이 1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뿐 아니라 관련 정치인들의 명단을 확보하고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다가 뒤늦게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치에 돈이 드는 현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대신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조달하고 집행하며 사후에 국민의 감시를 받는 방안을 정치권 스스로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숫자나 선거제도 등 정치판의 구조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조정해야 한다.

경성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5·6공 시절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개혁을 선도해야 할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무권유죄(無權有罪) 유권무죄(有權無罪)라는 냉소를 받고 있다. 언제까지 정치권의 눈치나 보며 보신에 급급할 것인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권 독립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를지도 모른다.
1998-08-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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