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의 만남/羅潤道 문화생활팀장(데스크 시각)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羅潤道 문화생활팀장(데스크 시각)

나윤도 기자 기자
입력 1998-07-31 00:00
수정 1998-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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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분 전현직 대통령 내외가 한 식탁에서 도란도란 식사를 하며 담소하게 될 오늘 낮 청와대 오찬회동 모습은 대화의 내용에 관계없이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지난해 가을 미국 텍사스의 칼리지 스테이션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있은 부시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막식에서 클린턴 현 대통령을 비롯 포드,카터,레이건,부시 전 대통령 등 5명의 전현직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손을 잡고 서있던 사진을 보고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레이건 대통령은 와병으로 낸시 여사만 참석했지만)

실제로 전직대통령이 네분이나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2차대전 직후 독립한 유라시아의 20여개국은 물론,6·70년대에 독립한 40여개의 아프리카 국가들,혹은 이미 19세기 말에 독립한 중남미 국가 등 어디를 들여다봐도 4명의 전직대통령이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

○일그러진 대통령 문화

심지어는 ‘전직대통령’이라는 용어가 바로 유배나 처형을 의미하고 있는 국가들도 상당수 있다. 우리 경우도 그동안건국 50년 역사에서 망명,암살,투옥 등으로 각인돼온 ‘전직대통령’의 이미지는 혐오,갈등,불신 등 부정적인 것으로만 점철돼 왔다.

이같이 우리의 일그러진 대통령문화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자괴감을 심어주었고 또 정치 불신을 가져오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제의 선구자격인 미국에서 전직대통령들이 자신의 국정 경험을 살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함으로써,국민들로부터 재임 때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는 것을 볼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짐을 숨길 수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이같은 우리 국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고,더욱이 그 시점이 건국 50주년을 맞는 때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전직대통령들의 치적이 어떠했던간에 이제 그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 국민들이 그동안 갖가지 형태로 갖고 있던 전직대통령들에 대한 신원(伸寃)의 개별적 해결 추구는,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현시점에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시에 그들에게도 이 국민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들이 가진 돈이 있다면 마땅히 국민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 그 방법은 수없이 많고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또 통찰력과 혜안이 있다면 이같은 위기 상황에 나름 대로의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역할 개척해야

이러한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전직대통령 초청은 또하나의 햇볕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회동으로 볼은 전직대통령들에게 넘어가는 셈이 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고 한때 자신들을 믿고 따랐던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인가 보답해야 한다.

결국 전직대통령으로 새로운 역할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이번 회동의 숨은 뜻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 만회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1998-07-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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