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해 봤자 입만 아픕니다”“도대체 현장에 나와서 애로사항을 진지하게 들으려는 정부당국자가 아무도 없어요”“은행장부터 아랫사람에 이르기까지 금융인들은 모두들 수출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보신에만 신경쓰는 것 같아요”“수출을 많이 한 사람이 물론 애국자지만 수출을 못하게 하는(금융지원을 안해주는) ×이야말로 바로 매국노 아닙니까?”
빈사상태에 빠져있는 일선 수출현장에서는 지금 이처럼 수많은 아우성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특집 ‘수출이렇게 풀자’를 5차례 연재하면서 취재반이 느낀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던져준 일은 일선공단 취재과정에서 일어났다. 반월공단 등 주요 공단의 공장에서 취재진을 맞아 공장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업자들이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로 얘기하는 것부터 거절했다. 어려운 사정을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무슨말을 하느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개발경제 시대부터 맨손으로 씩씩하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수출역군들의 냉담한 반응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무기력과 의욕상실을 의미한다. 은행대출이 여의치 않다 보니 주요 금융기관의 기업인 상담건수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수출주문을 받아놓고도 은행으로부터 신용장(L/C)을 개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기업인들이 이제는 아예 은행을 찾지도 않는다는 반증이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채우지 못하게 되자 지난 넉달 동안만 해도 2,000만달러 이상의 대출금을 기업들로부터 회수했고 더 이상 돈을 쓸 수 없게 된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제 ‘NBJR(내배째라)’는 자포자기식 은어가 유행할 정도였다.
다음으로 지적할 문제는 정부의 현장점검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에 아예 나와보지 않는 관료들이 많지만 어쩌다가 청와대와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의 ‘높은신 양반’들이 몇차례 공단을 다녀가면 자기들의 말만 잔뜩 늘어놓고는 이런 저런 서류를 보내달라고요구해 일감만 만든다는 것이다. 시늉만 내는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그래서 정부의 현장점검 방식에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대단히 냉소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시간에도 IMF이전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우리의 수출기업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가고 있다. 수출현장이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세가지는 “박찬호와 박세리, 그리고 수출 뿐”(張炳珠 주식회사 대우 사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출은 우리 경제가 IMF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인 것이다.
취재반이 만난 어떤 기업인들은 정부가 기업과 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상의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인들은 IMF체제 아래서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다만 다른 정책과 수출과의 우선순위를 확정,수출에 대한 확실한 정책적 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수출 많이 하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한 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킨 뒤 현재 매 분기마다 하는 대통령 주재 무역진흥확대회의를 과거 朴正熙 대통령 때처럼 매달 열고,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매일매일 직접 수출을 챙겨야만 수출이 확실히 살아난다고 했다.
수출현장의 애끓는 목소리가 ‘경제와 민주주의’의 양립을 강조한 金 대통령에게 오죽하면 정치를 희생시키고 경제제일주의로 매진한 朴 대통령을 닮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는지 우리의 수출현실이 너무도 애처롭게 느껴진 특집취재였다.<鄭鍾錫 경제과학팀장 elton@seoul.co.kr>
빈사상태에 빠져있는 일선 수출현장에서는 지금 이처럼 수많은 아우성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특집 ‘수출이렇게 풀자’를 5차례 연재하면서 취재반이 느낀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던져준 일은 일선공단 취재과정에서 일어났다. 반월공단 등 주요 공단의 공장에서 취재진을 맞아 공장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업자들이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로 얘기하는 것부터 거절했다. 어려운 사정을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무슨말을 하느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개발경제 시대부터 맨손으로 씩씩하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수출역군들의 냉담한 반응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무기력과 의욕상실을 의미한다. 은행대출이 여의치 않다 보니 주요 금융기관의 기업인 상담건수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수출주문을 받아놓고도 은행으로부터 신용장(L/C)을 개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기업인들이 이제는 아예 은행을 찾지도 않는다는 반증이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채우지 못하게 되자 지난 넉달 동안만 해도 2,000만달러 이상의 대출금을 기업들로부터 회수했고 더 이상 돈을 쓸 수 없게 된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제 ‘NBJR(내배째라)’는 자포자기식 은어가 유행할 정도였다.
다음으로 지적할 문제는 정부의 현장점검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에 아예 나와보지 않는 관료들이 많지만 어쩌다가 청와대와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의 ‘높은신 양반’들이 몇차례 공단을 다녀가면 자기들의 말만 잔뜩 늘어놓고는 이런 저런 서류를 보내달라고요구해 일감만 만든다는 것이다. 시늉만 내는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그래서 정부의 현장점검 방식에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대단히 냉소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시간에도 IMF이전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우리의 수출기업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가고 있다. 수출현장이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세가지는 “박찬호와 박세리, 그리고 수출 뿐”(張炳珠 주식회사 대우 사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출은 우리 경제가 IMF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인 것이다.
취재반이 만난 어떤 기업인들은 정부가 기업과 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상의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인들은 IMF체제 아래서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다만 다른 정책과 수출과의 우선순위를 확정,수출에 대한 확실한 정책적 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수출 많이 하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한 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킨 뒤 현재 매 분기마다 하는 대통령 주재 무역진흥확대회의를 과거 朴正熙 대통령 때처럼 매달 열고,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매일매일 직접 수출을 챙겨야만 수출이 확실히 살아난다고 했다.
수출현장의 애끓는 목소리가 ‘경제와 민주주의’의 양립을 강조한 金 대통령에게 오죽하면 정치를 희생시키고 경제제일주의로 매진한 朴 대통령을 닮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는지 우리의 수출현실이 너무도 애처롭게 느껴진 특집취재였다.<鄭鍾錫 경제과학팀장 elton@seoul.co.kr>
1998-0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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