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연공서열(공무원 연봉제:3)

무너지는 연공서열(공무원 연봉제:3)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8-06-27 00:00
수정 199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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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불문율 ‘1등 먼저’로 바뀐다/때되면 계급·봉급 올라 열심히 일하기보다 ‘大過없이’ 의식 체질화/정부수립 50년만에 폐습 깨고 능력 위주로

‘연공서열’이란 말은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의 어느 구절에도 들어있지 않다.그러나 ‘형님 먼저’식의 연공서열은 공무원 사회를 떠받치는 자연법이자 불문율이 돼있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99년부터 실시되는 연봉제는 필연적으로 공직 사회의 구습을 허물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보수 중에는 성과급이 있다.근무 성적이 뛰어난 5%에게 1년에 한달 치 월급을 더 얹어주는 제도다.그러나 실제로는 한 부서에서 고참 순으로 돌아가며 타는 것이 관례다.

승진은 5급의 경우 △근무성적 50% △경력 30% △교육훈련 20%를 반영한다. 이 때 근무성적이나 교육훈련성적 모두 고참순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다. 경력평정은 장기 근무자가 당연히 유리하다.재정경제부 등 내부 경쟁이 치열한 곳은 근무 및 교육 평정 때 연공서열이 간혹 배제된다.그러나 전체 평정에서 경력이 차지하는비중이 높아 큰 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통상 경제 외교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박사 등의 전문가들이 적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들을 어느 직급 몇년차로 대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은 이율배반적이다.연공서열이란 낡은 제도에 진저리를 내면서도,그 안에 안주한다.중앙 행정부처의 국장은 “연공서열을 완전히 무시하면 조직의 안정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연봉제의 점진적 도입을 주장했다.지방공무원들은 연공서열을 폐지할 경우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자치단체장을 향한 줄서기가 극도에 달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인터넷의 한 정보검색 사이트에 ‘연공서열’을 입력하면 121개의 목록이 나온다.10개는 능력 위주의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학술논문이다.나머지 111개는 모두 “연공서열은 일체 배제하고 능력에 따라 대우한다”는 기업 안내이다.이처럼 학계나 민간부문에는 연공서열이 타파된지 오래다.

70년대까지는정부가 민간을 이끌었고,80년대부터 민간이 정부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90년대에 들어서는 민간이 이끌어도 정부가 좀처럼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연공서열이 철폐돼야 민간부문의 정부 유입이 자유로와지고,정부의 경쟁력도 향상된다.공직사회의 연공서열 철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연봉제는 바로 연공서열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자 목적이다.연봉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점수제 인사평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점수제는 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수치화한다.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많은 보수와 인사혜택을 주고,점수가 낮은 사람에게 반대로 대우함으로써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게 본 뜻이다. 행정자치부가 연봉제를 준비할 때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대목은 바로 ‘연공서열의 혁파’일 것이다.<李度運 기자 dawn@seoul.co.kr>
1998-06-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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