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아래아한글 뒤늦은 자성

무너진 아래아한글 뒤늦은 자성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8-06-18 00:00
수정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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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일각,MS社 공세속셈 일찍 알아차렸어야…

‘정부가 좀 더 생각이 깊었더라면…’.한글과 컴퓨터사(한컴)가 한글 워드프로세서 사업을 포기하자 정부 안에서 뒤늦게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한컴은 지난 15일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사(MS)로부터 1천만∼2천만달러를 들여오는 조건으로 ‘한글’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이같이 결정은 경영미숙에 따른 자금난에다,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시장상황에 따라 내려졌다는 게 정설이다.그럼에도 왜 정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까.

MS를 이끄는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는 올들어 한국시장을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를 상대로 총력전을 벌였다(본지 6월8일자 23면 보도). MS의 ‘워드’가 세계는 정복했지만 한국에서는 ‘한글’에 밀리기 때문이었다.

MS는 먼저 교육부를 설득해 1,000억원 어치의 소프트웨어를 전국 1만여개 학교에 기증키로 했다.이어 행정자치부에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첨단 정보통신망 DNS(Digital Nervous System)를 제공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이 두가지는 MS가 한컴을 압박하는 무기가 됐다.한컴으로서는 현재와 미래의 고객을 몽땅 MS에 빼앗긴 꼴이다.

여기에 빌 게이츠는 17일 입국,18일 대통령과 행자부장관을 만나고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하는 등 국빈 대접을 받는다.한컴 李燦振 사장은 이같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MS에 백기투항했을 것이라고 세종로 정부청사의 한 국장은 풀이한다.



그는 “정부가 MS의 의도를 좀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했다”면서 “정부를 이용한 우회적 압박이 없었다면 ‘한글’은 적어도 5천만 달러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徐東澈 林明奎 기자 dcsuh@seoul.co.kr>
1998-06-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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