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구역 24% 20년째 ‘낮잠’

도시계획구역 24% 20년째 ‘낮잠’

입력 1998-06-18 00:00
수정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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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행사 못하고 綜土稅만 꼬박꼬박/60년전 총독부 도시계획도 아직 그대로/지자체들 “재원없다” 사업집행 차일피일

“60여년 전 일제 때의 도시계획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산 ○○번지 땅 9,000여평은 1940년 조선총독부가 공원지부로 고시한 곳이다.하지만 5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원은 조성되지 않은 채 공원 예정지로만 남아 있다.

K씨(43) 등 땅 주인들은 이 곳에 체육시설이라도 만들어 땅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도시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그 것마저도 할 수 없는 처지다.그럼에도 해마다 종합토지세 300만원을 꼬박꼬박 물고 있다.

재산권 행사는 고사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 대단하다.현행도시계획법에는 재산권 제한에 대한 적절한 보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서울시에 진정서도 내봤다.하지만 ‘아직 사업을 집행할 계획도,공원 부지를 해제할 계획도 없다’는 한장짜리 통지서만 받았다.

행정소송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도시계획시설의 집행 여부는 권한소송의 대상이 아닌 행정기관의 재량사항으로 법원에 가봤자 각하되기 때문이다. K씨는 “세금만이라도 안냈으면 좋겠는데 방도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수십년 동안이나 도시계획구역에 묶여 재산권을 침해 당하는 땅은 너무나 많다.

1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는데도 사업이 집행되지 않은 땅은 전체 도시계획 결정면적의 46%에 이른다.이 가운데 20년 이상된 것이 24%나 된다.30년 이상 된 것도 7.2%나 된다.K씨의 땅처럼 조선총독부의 도시계획에 묶인 땅도 많이 남아 있다.

모 학교법인 소유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땅 5,000여평도 지난 62년 건설부고시 187호로 공원부지로 결정됐지만 사업은 집행되지 않았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면 집행을 맡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시 계획 인가(認可)’를 낸 뒤 땅 값을 보상해주는 것이 순서다.하지만 지자체들은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집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도시계획시설 부지를 모두 집행하려면 257조원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100년 이상 걸린다는 막연한 대답만 하고 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崔昌行 위원(38·행정학 박사)은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이 20년을 넘었다면 ‘공익을 위한 사회적 제약’을 넘어서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일정기간마다 시설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방안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법이 서민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고 일부 계층에게는 관대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 종로구의 안국·적선·삼청·가회·원서동 등은 지난 84년 한옥보존지구로 결정되면서 주민들은 간단한 집 수리를 빼고 어떠한 건축행위도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91년 이후 관련 규정이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지금도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증·개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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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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