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명예회장 訪北 소회

鄭 명예회장 訪北 소회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8-06-16 00:00
수정 1998-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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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판 돈 훔쳐 가출한지 66년/이제야 선친께 용서를 빕니다”/북송 소 직접 고르고 검역과정 일일이 챙겨/89년 상봉했던 작은어머니는 살아계실까…

“음,마침내 고향가는 날이 밝았군…” 16일 새벽 동틀 무렵.서울 종로구청운동의 자택에서 일어난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아마도 이렇게 소회를 피력했을 것같다.

지난 89년 붕괴된 베를린 장벽과 함께 동서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의 높은 벽을 ‘소떼몰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허문 그에게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날은 꿈에 그리던 강원도 통천 고향 땅을 9년 4개월 만에 다시 밟게 된 날이다.그것도 군사분계선을 민간인으로는 처음 넘는 날,20세기 마지막 장관이 될 지도 모를 소떼 500마리를 몰고 간다.선친 鄭捧植씨의 영전에 바칠 선물이다.

아버지의 소 판 돈 70원을 훔쳐 가출했던 66년 전의 기억이 아스라하기만하다.당시 소 한마리를 500마리로 되갚게 됐다.89년 1월 방문했던 고향의 작은 어머니는 아직 살아 계실까….고향 땅을 밟았던 鄭 명예회장은 당시 와이셔츠 한 벌을 작은 어머니에게 내밀었다.“깨끗하게 빨아서 저기 걸어 두세요.다음에 와서 다시 입을 테니…”

세계적 기업가로 성공한 그였지만 실향민으로서 마음 한 구석엔 늘 수구초심(首邱初心)이 있었다.鄭 회장은 자서전(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충남 서산농장은 돌밭을 일궈 한뼘 한뼘 농토를 만드셨던 내 아버님 인생에 꼭 바치고 싶었던 아들의 때늦은 선물”이라며 선친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이 표현했다.

93년 서산농장에서 키우기 시작한 소 150마리가 지금은 3,000마리로 불어났다.그는 북한에 보낼 소들을 직접 고르고 검역과정도 일일이 챙겼다.소들이 아플까 봐 코뚜레를 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방울을 달게 했다.鄭 회장은 이번에 ‘목동’이 되어 직접 소를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으려 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16일 상오 8시쯤 통일대교 전방 500m 행사장 앞에서 잠시나마 상징적으로 소 한마리를 끌고 간다.나머지 한우 499마리를 태운 트럭 50대의 행렬을 1㎞나 늘어뜨린 채….<朴先和 기자>
1998-06-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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