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에 바친 아메리칸 드림(사설)

祖國에 바친 아메리칸 드림(사설)

입력 1998-06-12 00:00
수정 199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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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재미(在美) 벤처 기업가가 조국에 바친 ‘아메리칸 드림’의 사연은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미 루슨트테크놀로지 金鍾勳 사장은 2억달러(2,800억원)를 국내 조흥은행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다.金사장은 미국을 국빈(國賓)방문중인 金大中 대통령을 백악관 만찬석상에서 면담한 후 이같은 투자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金사장은 자신이 한국인인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때문에 이번 일은 다른 외자유치와 달리 더욱 값진 것으로 받아 들여지며 앞으로 모국에 대한 교포사업가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중학교 2학년때 가족을 따라 미국에 이민한 金사장은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에서 밤샘 일을 하며 공부에 힘써 지난 92년 초고속전자교환기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세워 억만장자가 됐다.그는 지난 4월 이 회사를 현재의 루슨트테그놀로지에 매각,6억달러의 순익을 얻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을 조국 국난극복에 도움을 주려 선뜻 쾌척한 것이다.

조흥은행에 투자하는 그의 변(辯)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가장 오랜 은행이기 때문”으로 보도됐다.金사장은 당초 국내 대학생들의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을 때 국민회의 金弘一 의원으로부터 기술과 투자지원 요청을 받았고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조흥은행 방문이 계기가 돼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이번 투자결정으로 조흥은행은 금융구조 조정과정에서 선도(先導)은행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또 金사장은 이 은행의 최대주주로서 미국 등 선진국의 첨단 금융기법을 도입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이는 전반적으로 낙후된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플러스효과의 파장을 가져 올 것이다.

金사장은 이밖에도 대학생의 벤처기업 창업재단설립을 위해 1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투자계획도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모은 돈을 조국을 위해 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져 이 또한 적잖은 감동을 자아낸다.우리는 그의 국내투자가 알찬 열매를 맺어 억만장자의 벤처기업가로서 모국사랑의 보람을 가슴 뿌듯이 느끼게 되길 바라는 바이다.일부 재벌 2세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국가경제를 망하게 하고 회사이익금까지 해외로 도피시킨 망국(亡國)의 해악과는 너무 대조적이지 않은가.

1998-06-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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