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 대담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 대담

입력 1998-05-23 00:00
수정 1998-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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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값진 죽음 관심 가질때”/묻어둔 진실 캐 역사속의 자리 찾아줘야

연세대생 李韓烈군이 전경이 쏜 직격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숨진게 87년 7월5일.그의 어머니 裵恩深씨(58)는 10년이 더지난 지금도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裵씨는 자신처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가족을 둔 사람들이 모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회장을 맡고 있다.

이보다 앞서 같은해 1월14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끝에 사망한 서울대생 朴鍾哲군의 부친 朴正基씨(69) 역시 이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고 있다.두사람의 대담을 통해 민주화 희생자 가족의 바램을 알아본다.

▲朴씨=서울신문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서울신문 독자들,나아가 전 국민들이 피지도 못하고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깊은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裵회장=자식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 가족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자식이 죽은 뒤 많은 것을 배웠어요.자식의 죽음이 행여나 헛될세라 노력하면서 10년 세월을 보냈습니다.회원 어머님들이 매달에 만원씩 내고 대학생 축제에서 장터를 열어 협의회 운영비를 대지만 돈 불평은 없습니다.

▲朴씨=유가족협의회는 86년 만들어졌습니다.87년 韓烈,鍾哲이가 죽었을때만 해도 회원수가 20명을 넘지 않았으나 5·6공과 金泳三 정부를 거치면서 328명으로 늘었습니다.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그리고 노동운동을 하다 사망한 근로자 등 희생자들은 자기 개인을 위해 일하지 않았습니다.양심에 따라 하다보니 죽음에까지 이른 것 아닙니까.

▲裵회장=5·18 18주기 행사를 보고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어요.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구요.4·19나 5·18희생자들은 명예회복이 되는데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희생당한 이들도 빨리 명예회복이 되어야한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朴씨=군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공권력에 의해 죽어간 사람이 많습니다.지금 진상을 덮는다고 앞으로도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정부와 기성세대가 의문사 진상규명과 민주 희생자 명예회복의책임을 져야 합니다.민주희생자 합동묘지를 만들고 기념관도 건립,후세에 남겨야 합니다.정부는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경제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경제도 중요하지만 민주화도 중요합니다.인권 이상 가는 가치가 어디 있습니까.바로 특별법을 제정해 민주 희생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합니다.

▲裵회장=金대통령을 직접 만나기 힘들어 이렇게 언론을 통해 말씀드립니다.대통령께서도 유신시절 일본에서 납치되어 바다에 산채로 던져질뻔한 경험이 있고,또 민주화 과정에서 얼마나 사상시비로 고초를 겪었습니까.대통령 스스로는 저희들의 심정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그때문에 金대통령의 당선과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손꼽아 기다려온 것입니다.대통령 혼자 새기시지 마시고 바로 실천하도록 지시를 내려주십시오.민주희생자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은 대통령 직권으로 해주셔야 합니다.양심수 추가석방도 간절히 호소합니다.
1998-05-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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