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유고 등 시·산문 80여편 묶어
올해는 항일 민족시인 상화(尙火) 이상화(1901∼1943)가 타계한지 55주년이 되는 해.대구문인협회가 그의 업적을 기려 이상화 전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그루)를 펴냈다.
상화는 1921년 동향의 글벗이던 현진건의 권유로 ‘백조’ 동인이 돼 시작활동을 시작했다.상화의 시는 그가 일본 관동 대지진 현장에서 동족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극을 목격하고 1924년 귀국한 뒤 크게 바뀐다.이전의 도피적이고 소극적이던 시풍이 저항적이고 적극적인 항일시 내지 민중시로 탈바꿈한 것이다.그가 소년시절의 ‘무량(無量)’과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 사용하던 낭만취향의 ‘상화(想華)’라는 아호를 혁명지향의 ‘상화(尙火)’로 고쳐 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박영희·김팔봉과 함께 카프 조직에 참여한 상화는 1926년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고발한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다. 상화 시의 특징으로는 육화(肉化)된 항일 문학성과 직정적(直情的)인 서정성, 선명한 상징성,휴머니즘적인 민중성 등을 들수 있다.한 예로 데카당스적인 요소가 짙은 그의 데뷔작 ‘말세의 희탄(희嘆)’과 ‘나의 침실로’에서의 ‘동굴’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지칭한 요나 컴플렉스로서의 아늑한 도피 공간으로서 식민통치하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또 산문시 형식의 ‘금강송가’에서의‘금강’은 민족정기를,붉은 피울음소리를 뜻하는 ‘비음(緋音)’에서의 ‘핏물’은 식민지 백성의 고단한 처지를 상징한다.
이번에 나온 이상화 전집에는 ‘백조’ 창간호에 발표한 ‘말세의희탄’에서부터 미발표 유고 ‘만주벌’에 이르기까지 60여편의 시와 20여편의 산문,이상화 연구논문 등이 실렸다.문학평론가인 중앙대 이명재 교수는 상화의 시를‘나의 침실로’와 같은 초기의 감상적인 낭만주의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중기의 민족·민중적 성향의 항일시,‘곡자사(哭子詞)’와 같은 후기의 민족적 비애를담은 우국시로 나눈다.상화는 그 문학 역정면에서 볼 때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민족문학 본연의 길로 되돌아온 변증법적인 항일 민족문학의 실현자”라는 게 이교수의 설명이다.<金鍾冕 기자>
올해는 항일 민족시인 상화(尙火) 이상화(1901∼1943)가 타계한지 55주년이 되는 해.대구문인협회가 그의 업적을 기려 이상화 전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그루)를 펴냈다.
상화는 1921년 동향의 글벗이던 현진건의 권유로 ‘백조’ 동인이 돼 시작활동을 시작했다.상화의 시는 그가 일본 관동 대지진 현장에서 동족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극을 목격하고 1924년 귀국한 뒤 크게 바뀐다.이전의 도피적이고 소극적이던 시풍이 저항적이고 적극적인 항일시 내지 민중시로 탈바꿈한 것이다.그가 소년시절의 ‘무량(無量)’과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 사용하던 낭만취향의 ‘상화(想華)’라는 아호를 혁명지향의 ‘상화(尙火)’로 고쳐 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박영희·김팔봉과 함께 카프 조직에 참여한 상화는 1926년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고발한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다. 상화 시의 특징으로는 육화(肉化)된 항일 문학성과 직정적(直情的)인 서정성, 선명한 상징성,휴머니즘적인 민중성 등을 들수 있다.한 예로 데카당스적인 요소가 짙은 그의 데뷔작 ‘말세의 희탄(희嘆)’과 ‘나의 침실로’에서의 ‘동굴’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지칭한 요나 컴플렉스로서의 아늑한 도피 공간으로서 식민통치하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또 산문시 형식의 ‘금강송가’에서의‘금강’은 민족정기를,붉은 피울음소리를 뜻하는 ‘비음(緋音)’에서의 ‘핏물’은 식민지 백성의 고단한 처지를 상징한다.
이번에 나온 이상화 전집에는 ‘백조’ 창간호에 발표한 ‘말세의희탄’에서부터 미발표 유고 ‘만주벌’에 이르기까지 60여편의 시와 20여편의 산문,이상화 연구논문 등이 실렸다.문학평론가인 중앙대 이명재 교수는 상화의 시를‘나의 침실로’와 같은 초기의 감상적인 낭만주의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중기의 민족·민중적 성향의 항일시,‘곡자사(哭子詞)’와 같은 후기의 민족적 비애를담은 우국시로 나눈다.상화는 그 문학 역정면에서 볼 때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민족문학 본연의 길로 되돌아온 변증법적인 항일 민족문학의 실현자”라는 게 이교수의 설명이다.<金鍾冕 기자>
1998-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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