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구조조정 제도적 뒷받침 절실”/“비서실 폐지·사업매각 등 나름대로 진행” 항변/지주회사 허용·특별부가세 경감 등 대책 호소
“구조조정의 속도가 늦고 미흡하다” “하느라고 했는데… 다소 서운하다”
金大中 대통령이 13일 상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벌 구조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미흡하다고 질책했다.康奉均 정책기획수석이 전한 내용이지만 재벌개혁에 대한 새 정부 불만과 개혁촉구의 무게가 실려 있다.
재계는 金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전해지자 잔뜩 긴장하면서 한편으론 여러 제약때문에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내심 불만도 있지만 드러내 놓지는 않는다.오히려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현실론으로 접근하고 있다.모 그룹 관계자는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말로 공식 반응을 대신하기도 했다.
■주요 그룹 구조조정=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라는 게 재계 항변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李健熙 회장이 14개 상장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등재하면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50년간 삼성그룹을 지탱해 온 ‘리틀삼성’ 비서실이 해체되고 대신 구조개혁을 추진할 구조조정본부(기획,구조조정,재무혁신,인사지원,경영분석 등 5개 태스크포스팀)가 신설됐다.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을 스웨덴 볼보사에 7억6천6백만달러에 매각하는 성과도 올렸다.미국 AST 등 해외자산의 매각(총 3억원 추정)도 추진 중이다.삼성생명이 일본생명에서 1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골드먼삭스사로부터의 포괄적인 자본제휴방안이 협의 중이며 삼성전자와 인텔,삼성자동차와 포드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되고 있다.
현대는 종합기획실을 3개팀 50여명의 경영전략팀으로 축소,현대건설로 이관했다.홍보부서인 문화실도 PR사업부로 고쳐 금강기획으로 소속을 바꾸었다.현대전자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심비오스사를 1조2천4백억원에 매각했고 현대전자 컴퓨터사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하고 위성이동통신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스코틀랜드의 반도체 공장과 인도네시아 자동차 조립공장 부지도 팔기로 했다.
대우그룹의 경우 카자흐스탄 국영 통신업체인 카작텔레콤의 지분 40%를 1억5천만달러에 매각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에게 (주)대우의 전환사채(CB)1억달러를 발행해 외자를 유치했다.대우증권의 현지법인 2곳으로부터 1천1백50만달러의 배당금이 입금되기도 했다.대우중공업이 이달중 1억달러의 CB를 발행하는 것과 폴란드 FSO자동차 공장을 비롯한 해외공장의 지분을 묶어 미국 GM에 50%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SK그룹은 崔鍾賢 회장이 SK상사와 SK케미컬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데 이어 상반기중 경영기획실기능을 SK (주)로 옮길 계획이다.이에 따라 56명인 경영기획실 인력재배치를 추진하고 해외유전 매각과 해외차입으로 20억달러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재계가 보는 걸림돌은=재계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낸 ‘30대그룹의 구조조정 현황과 애로요인’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가 축약돼 있다.
5대 그룹 외 여타 그룹들도 계열사와 부동산을 팔거나 부실 및 한계사업을 집중 정리하고 있다.일예로 30대 그룹 보유부동산 매각비율이 총보유부동산의 5∼40%에 육박하며 금액으로는 16조9천억원(평균 25%매각 가정)에 이른다.그러나 부동산 수급불균형으로 거래성사가 어렵고 팔더라도 적정가격을 받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과도한 특별부가세로 매각자금을 구조조정에 이용하기도 어렵다.
채무보증 해소도 그렇다.금융기관의 보증 및 담보요구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려우며 결국 보증해소를 위해 무조건적인 대출상환을 요구받게 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채무보증 해소를 위한 계열사의 지분매각이나 합병,분할도 어렵게 돼 있다.특히 97년에 신규로 30대 그룹에 편입된 그룹은 기존 30대 그룹과 동일하게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해 일정이 촉박하다.내년 말까지 부채비율 200% 이하로 낮추도록 한 조치 역시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대우그룹 관계자는 “평균 부채비율이 일본의 종합상사 800%,미국 자동차 제조회사 500%”라면서 “소비자금융이 발달되지 않아 판매증가가 바로 부채비율의 증가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룹회장실과 기조실 해체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을 빨리 허용해야 하며 인수·합병(M&A) 방어를 위해 계열사간 상호주 보유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결합재무제표의 도입과 관련해서도 현지법인의 경우 기업회계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고 결산일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관리 및 구분해서 작성해야 하며 합병으로 인한 비 업무용 부동산 취득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시정돼야 한다고 얘기한다.자산재평가를 주거래은행과 약정한 재무구조개선 노력으로 인정치 않기로 한 것도 외국자본 유입을 막는 조치라고 본다.현재의 재무구조 지표가 나빠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으로 팔이 굽는’식의 주장과 변명들이다.재계는 새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질책으로 일관하기보다 들어줄 것은 들어주면서 재찍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재계는 지금 당혹해 하고 있다.<曺明煥·孫成珍 기자>
“구조조정의 속도가 늦고 미흡하다” “하느라고 했는데… 다소 서운하다”
金大中 대통령이 13일 상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벌 구조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미흡하다고 질책했다.康奉均 정책기획수석이 전한 내용이지만 재벌개혁에 대한 새 정부 불만과 개혁촉구의 무게가 실려 있다.
재계는 金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전해지자 잔뜩 긴장하면서 한편으론 여러 제약때문에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내심 불만도 있지만 드러내 놓지는 않는다.오히려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현실론으로 접근하고 있다.모 그룹 관계자는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말로 공식 반응을 대신하기도 했다.
■주요 그룹 구조조정=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라는 게 재계 항변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李健熙 회장이 14개 상장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등재하면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50년간 삼성그룹을 지탱해 온 ‘리틀삼성’ 비서실이 해체되고 대신 구조개혁을 추진할 구조조정본부(기획,구조조정,재무혁신,인사지원,경영분석 등 5개 태스크포스팀)가 신설됐다.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을 스웨덴 볼보사에 7억6천6백만달러에 매각하는 성과도 올렸다.미국 AST 등 해외자산의 매각(총 3억원 추정)도 추진 중이다.삼성생명이 일본생명에서 1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골드먼삭스사로부터의 포괄적인 자본제휴방안이 협의 중이며 삼성전자와 인텔,삼성자동차와 포드의 전략적 제휴도 모색되고 있다.
현대는 종합기획실을 3개팀 50여명의 경영전략팀으로 축소,현대건설로 이관했다.홍보부서인 문화실도 PR사업부로 고쳐 금강기획으로 소속을 바꾸었다.현대전자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심비오스사를 1조2천4백억원에 매각했고 현대전자 컴퓨터사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하고 위성이동통신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스코틀랜드의 반도체 공장과 인도네시아 자동차 조립공장 부지도 팔기로 했다.
대우그룹의 경우 카자흐스탄 국영 통신업체인 카작텔레콤의 지분 40%를 1억5천만달러에 매각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에게 (주)대우의 전환사채(CB)1억달러를 발행해 외자를 유치했다.대우증권의 현지법인 2곳으로부터 1천1백50만달러의 배당금이 입금되기도 했다.대우중공업이 이달중 1억달러의 CB를 발행하는 것과 폴란드 FSO자동차 공장을 비롯한 해외공장의 지분을 묶어 미국 GM에 50%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SK그룹은 崔鍾賢 회장이 SK상사와 SK케미컬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데 이어 상반기중 경영기획실기능을 SK (주)로 옮길 계획이다.이에 따라 56명인 경영기획실 인력재배치를 추진하고 해외유전 매각과 해외차입으로 20억달러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재계가 보는 걸림돌은=재계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낸 ‘30대그룹의 구조조정 현황과 애로요인’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가 축약돼 있다.
5대 그룹 외 여타 그룹들도 계열사와 부동산을 팔거나 부실 및 한계사업을 집중 정리하고 있다.일예로 30대 그룹 보유부동산 매각비율이 총보유부동산의 5∼40%에 육박하며 금액으로는 16조9천억원(평균 25%매각 가정)에 이른다.그러나 부동산 수급불균형으로 거래성사가 어렵고 팔더라도 적정가격을 받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과도한 특별부가세로 매각자금을 구조조정에 이용하기도 어렵다.
채무보증 해소도 그렇다.금융기관의 보증 및 담보요구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려우며 결국 보증해소를 위해 무조건적인 대출상환을 요구받게 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채무보증 해소를 위한 계열사의 지분매각이나 합병,분할도 어렵게 돼 있다.특히 97년에 신규로 30대 그룹에 편입된 그룹은 기존 30대 그룹과 동일하게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해 일정이 촉박하다.내년 말까지 부채비율 200% 이하로 낮추도록 한 조치 역시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대우그룹 관계자는 “평균 부채비율이 일본의 종합상사 800%,미국 자동차 제조회사 500%”라면서 “소비자금융이 발달되지 않아 판매증가가 바로 부채비율의 증가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룹회장실과 기조실 해체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을 빨리 허용해야 하며 인수·합병(M&A) 방어를 위해 계열사간 상호주 보유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결합재무제표의 도입과 관련해서도 현지법인의 경우 기업회계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고 결산일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관리 및 구분해서 작성해야 하며 합병으로 인한 비 업무용 부동산 취득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시정돼야 한다고 얘기한다.자산재평가를 주거래은행과 약정한 재무구조개선 노력으로 인정치 않기로 한 것도 외국자본 유입을 막는 조치라고 본다.현재의 재무구조 지표가 나빠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으로 팔이 굽는’식의 주장과 변명들이다.재계는 새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질책으로 일관하기보다 들어줄 것은 들어주면서 재찍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재계는 지금 당혹해 하고 있다.<曺明煥·孫成珍 기자>
1998-04-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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