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라는 원자재로 외화벌이를(박갑천 칼럼)

능력이라는 원자재로 외화벌이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4-11 00:00
수정 1998-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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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 朴齊家가 그의 <북학의>(北學議)에서 지적한 바 우리나라의 잘못하는 일 가운데 하나.그것은 해마다 수만냥의 은을 중국에 수출하여 약재·주단 등을 사오는 일이었다.

그의 설명인즉 이렇다.은이란 천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물건이다.그러나 약은 반나절이면 소화돼버리고 비단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데 써서 반년이면 썩 어버린다.천년이 지나도 안없어질 이 강산의 한정된 자원을 반나절 반년이면 없어질 물건과 바꾸면서 남의 나라로 내보내다니…하는 게 그의 도리머리질이었다.

나라에 있는 유형자원을 팔아서 돈만드는 일은 박제가의 눈길이 아니더라도 용천스러워서 떨떠름하다.제살점 베어낸다는 느낌이 드는데다가 그 자원이 떨어졌을 때 끝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렇지않은 돈벌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金東鳴 시인이 일찍이 “맥풀린 속눈썹에 서린건/우수(憂愁)냐 권태냐/게으르게 구르는 검은 눈동자는/가을비에 젖은 달같이 차다”고 노래했던‘창녀상’(娼女像:2련)의 그 창녀라 할까.‘달같이 찬 눈동자’만 굴리면 별다른 원자재없이 돈을 벌 수있는 터수니까.다만 이는 아픈 가슴으로 해보는 객담일 뿐이다.

자동차나 텔레비전 같은 것과는 달리 원자재가 필요없는 돈벌이.그건 역시 조상 잘둔 후손들 몫이다.자연경관 자연조건 좋은 데 자리잡고 살아내려오는 사람들.거기에다 훌륭한 역사·문화유산까지 곁들여 내려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프랑스를 보자.1994년 그 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6천1백30만여명이었다.관광수입은 2백56억여달러에 이르렀고(97년판<국제통계연감>.그해 우리의 3백58만여명 38억달러와 비기면 엄청난 차이 아닌가.

그것말고는 재주와 능력에 의한 돈벌이.얼마전 한 제약회사가 B형간염 치료물질을 개발해 미국서만 해마다 1억4천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는 따위이다.또 2년간 3백만달러로 재계약했다는 박찬호 선수를 비롯한 체육인들이 그렇고 일부 문학·회화·영화 등 예술작품도 그렇다.영화하니까 말인데 ‘타이타닉’의 돈벌이 한번 엄청나다.지난 3월말 벌써 12억달러를 넘어섰다지 않던가.

원자재없는 돈벌이에도 투자는 있다.그건오랜세월의 노력과 자력을 필요로 하는 터.그게 원자재라면 원자재다.내세울만한 천연의 원자재없는 우리가 돈버는 길은 사람의 ‘머리­능력’개발에 투자하는 일이겠건만.
1998-04-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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