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여류시인 許蘭雪軒의 시집 3종류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1606년 그의 동생 許筠이 중국에서 찍어낸 목판본,1800년에 펴낸 필사본 그리고 1913년에 나온 활자본등이란다. 특히 필사본은 처음 발견되었다니 여러모로 뜻이 깊다고 하겠다.
가인(佳人)박명인가.뭣보다도 그는 27세에 이승을 하직한다.더구나 남편 金誠立과의 금실도 좋지않았다.아버지는 許曄이요 許筬·許봉은 오빠이며 허균이 동생인 명문친정은 어지러운 정치정세 속에서 비근거린다.거기에 자녀를일찍 날리는 불운까지.‘자식을 잃고’(哀子)라는 시를 보자.“지난해엔 사랑하는 딸을 잃고/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여의어/슬프디슬픈 광릉(廣陵)땅에는/마주보는 두무덤 새로생겼네…”하고 읊어나가는 난설헌.이시는 “피눈물로 슬픔을 울며 소리를 삼키네”로 끝맺고 있다.
동생균은 혁신적 사상가였다.[홍길동전]이 우연한 작품은 아니다.양반이면서 서얼(庶얼)의 권익을 주장했던 사람 아닌가. 그가 누님의 시를 모아 명(明)나라시인 朱之蕃에게 보이고서 [난설헌집]이 태어난다.띠앗머리깊은 허균은 거기 발문을 쓴다.“누님글이 매우 많았지만 유언따라 불태웠다. 전하는 것은 동생균이 베낀것인데 그나마 오래되면 잃을까 걱정하여 새겨 전한다”면서.난설헌의 시에 대해서는 곱게 보지않는 눈길도 있다.가령 이수광 같은 사람.그의 [지봉유설]은 난설헌의 시가운데 봉숭아꽃으로 손가락을 물들인다는 노래는 명나라시인 작품을 본뜬 것이라 쓰고 있다.또‘유선사’(遊仙詞)속의 두편은 당(唐)나라 曹唐것이고 궁인(宮人)이 중으로 되는것을 보내는 율시는 명나라 唐震것이라면서 “그밖에도 훔쳐쓴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예나이제나 모작(模作)시비는 따르는 법인 듯하다.
특히 처음 발견됐다는 필사본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들어있는지 어쩐지 알수 없다.그것말고도 궁금해지는 것이 그필사본 뒤쪽에 곁들여졌다는 여류시인 李玉峰의 30여편시.32편이 수록된 [옥봉집]내용과 같은 것인지 혹 다른 것도 끼여있는 것인지.“오마던 임 왜이리 늦으시나/뜰에 핀 매화는 벌써 지려하는데/문득 들린 까치소리 반가웠건만/괜히 그린 거울속 눈썹인것만 같구려”(‘아낙네마음’=閨情)면서 애틋한 여심(女心)을 내비치는 여류.난설헌 못잖은 시심(詩心)이 세월을 뛰어넘어 그립게 하잖은가.<칼럼니스트>
가인(佳人)박명인가.뭣보다도 그는 27세에 이승을 하직한다.더구나 남편 金誠立과의 금실도 좋지않았다.아버지는 許曄이요 許筬·許봉은 오빠이며 허균이 동생인 명문친정은 어지러운 정치정세 속에서 비근거린다.거기에 자녀를일찍 날리는 불운까지.‘자식을 잃고’(哀子)라는 시를 보자.“지난해엔 사랑하는 딸을 잃고/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여의어/슬프디슬픈 광릉(廣陵)땅에는/마주보는 두무덤 새로생겼네…”하고 읊어나가는 난설헌.이시는 “피눈물로 슬픔을 울며 소리를 삼키네”로 끝맺고 있다.
동생균은 혁신적 사상가였다.[홍길동전]이 우연한 작품은 아니다.양반이면서 서얼(庶얼)의 권익을 주장했던 사람 아닌가. 그가 누님의 시를 모아 명(明)나라시인 朱之蕃에게 보이고서 [난설헌집]이 태어난다.띠앗머리깊은 허균은 거기 발문을 쓴다.“누님글이 매우 많았지만 유언따라 불태웠다. 전하는 것은 동생균이 베낀것인데 그나마 오래되면 잃을까 걱정하여 새겨 전한다”면서.난설헌의 시에 대해서는 곱게 보지않는 눈길도 있다.가령 이수광 같은 사람.그의 [지봉유설]은 난설헌의 시가운데 봉숭아꽃으로 손가락을 물들인다는 노래는 명나라시인 작품을 본뜬 것이라 쓰고 있다.또‘유선사’(遊仙詞)속의 두편은 당(唐)나라 曹唐것이고 궁인(宮人)이 중으로 되는것을 보내는 율시는 명나라 唐震것이라면서 “그밖에도 훔쳐쓴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예나이제나 모작(模作)시비는 따르는 법인 듯하다.
특히 처음 발견됐다는 필사본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들어있는지 어쩐지 알수 없다.그것말고도 궁금해지는 것이 그필사본 뒤쪽에 곁들여졌다는 여류시인 李玉峰의 30여편시.32편이 수록된 [옥봉집]내용과 같은 것인지 혹 다른 것도 끼여있는 것인지.“오마던 임 왜이리 늦으시나/뜰에 핀 매화는 벌써 지려하는데/문득 들린 까치소리 반가웠건만/괜히 그린 거울속 눈썹인것만 같구려”(‘아낙네마음’=閨情)면서 애틋한 여심(女心)을 내비치는 여류.난설헌 못잖은 시심(詩心)이 세월을 뛰어넘어 그립게 하잖은가.<칼럼니스트>
1998-03-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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