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졸라매기/이갑수 시인·민음사 편집국장(굄돌)

머리띠 졸라매기/이갑수 시인·민음사 편집국장(굄돌)

이갑수 기자 기자
입력 1998-03-07 00:00
수정 1998-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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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부고란이 따로 없는 것같다.정치·경제·문화·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괴로운 신음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최근 도매상의 연쇄부도로 야기된 출판계 위기 또한 끝모를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작년 말부터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지만 막상현실로 닥치고 보니 암울하기만 하다.종이·인쇄·필름 등 기초자재비의 폭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상황에서 서적 도매상의 마비는 출판인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이 때문에 제작을 해도 책을 뿌릴 데가 없어 창고로 직행해야 할 딱한 형편이다.

벌써 신간종수는 반이하로 줄어들었고 개접휴업인 상태의 출판사도 한두군데가 아니다.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식산업의 대표격인 출판업은 절반이상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 그대로 실현되고 말 것같다.

책은 단순히 활자만을 편집한 것이 아니다.책은 시대를 편집하고 디자인한다.한 시대를 호흡하는 정신의 총화는 책을 통해 갈무리되어 다음 시대로 전달된다.인간의 육체에 산소가 필요하듯 인간의 영혼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외국에서는 불황기에 오히려 책이 더 잘나간다는 통계가 있다.하지만 우리의 경우 서점에 사람이 많긴 하지만 판매는 이전보다 뚝 떨어졌다는 전언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얼마전 평소 존경하는 소설가 한분과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졸라매어야 하는 것은 허리띠도 물론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머리띠”라는 말을 듣고서 퍽 공감했었다.턱없는 과소비는 굳이 IMF시대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삼가고 자제해야 마땅한 일이다.하지만 너무 위축된 소비심리는 오히려 경제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1998-03-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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