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신심리주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금세기 신심리주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8-02-26 00:00
수정 199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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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에 매몰되어 가는 자아/시간·공간 초월 ‘존재 의미’ 되찾아 가는 과정

20세기 신심리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김창석 옮김,국일미디어)가 11권으로 완역돼 나왔다.이번에 선보인 ‘잃어버린 시간…’은 지금은 절판된 85년 정음사 판을 토대로 역자인 불문학자 김창석씨가 시대 감각에 맞게 새로 다듬어 펴낸 것.‘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스완네 집 쪽으로’‘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게르망트 쪽’‘소돔과 고모라’‘갇힌 여인’‘사라진 알베르틴’‘되찾은 시간’ 등 모두 7편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화자인 ‘나’가 침상에서 깨어나는 순간 ‘어떤 현재’에서의 독백으로 시작된다.감수성이 풍부하고 환상적인 성향을 지닌 주인공 ‘나’는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계에 출입하며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사귄다.인생의 모든 것에 절망한 어느날 그는 우연히 홍차에 프티트 마들렌 과자를 적셔 먹는다.바로 그 지점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무의식적인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길을 자각한다.프루스트는 우리의 자아란 시간 속에 매몰되면서 해체된다고 믿는다.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사랑이나 고통에서 남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작품 속의 주인공들인 스완,오데트, 질베르트 등이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 소설에는 뚜렷한 줄거리나 극적인 상황이 없다.그런 만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행동의 필연성이 아니라 ‘기억의 미학’이다.프루스트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자기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그린다.이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화자인 ‘나’에 의하면 모든 사물과 존재는 시간에 의해 파괴된다. 그러나 과거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가 언제든 사물을 통해 되살아난다.프루스트는 결국 순간적인 시간을 정복해 영원한 시간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예술의 특성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서른 여덟살 때부터 쉰 한살로 사망할 때까지 13년동안 쉼없이 이 작품에 매달렸다.그는 고질병인 천식이 도질까봐 창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바깥의 잡음을 막기 위해 사방에 코르크를 댄 방에 틀어박힌 채 신들린 사람처럼 쓰고 또 썼다.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앙드레 모루아는 그 신산한 과정을 “시간에 맞서는 정신의 긴 투쟁’이라고 불렀다.<김종면 기자>

1998-02-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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