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중금속/이중한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체내 중금속/이중한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이중한 기자 기자
입력 1998-02-19 00:00
수정 1998-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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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시티에 주재하는 외교관 부인들에게 80년대말부터 특별한 주문을 하고 있다.우선 체류하는 동안 임신을 하지않도록 권유하고,임신을 했다면 귀국할 것을 정중하게 요구한다.왜 그런가.멕시코시티에서 탄생하는 신생아는 10명중 7명이 세계보건기구(WHO)기준치를 초과하는 혈중 납 함유량을 갖고 태어나고,이중에는 6배 이상이나 가진 아이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아연·카드뮴 등 함유량도 같은 상태다.원인은 물론 대기오염.

미국에서는 93년 대기오염물질이 임신과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가 발표돼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미국내 모든 임신의 5분의 1이 자연유산으로 끝나는데 이중 15%가 조산이나 체중미달이고 이 태아발육 장애의 66%가 환경적 요인이 중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연구였다.

최근 역학조사에서는 글리콜에테르용제로 알려진 화학물질군이 생식장애와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이 물질들은 많은 제품과 산업공정에 광범위하게 쓰이는데,예컨대 페인트의 광택제,필름,전선절연제 등에서는 필수적이다.때문에미국 직업건강안전국(OSHA)연구자들은 글리콜에테르의 대기중 농도도 대폭 낮게 규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도 대기의 중금속 오염을 관심사로 하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오염치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행정은 아직 함유도가 미약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할뿐이다.그런데 17일 울산시교육청이 우리로서는 대담한 자료를 내놓았다.울산공단지역 초등학교생들의 체내에 납·비소·아연 등 중금속이 다량 축적돼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납의 경우 석유화학공단 인접 학생 평균은 8.3마이크로g/㎗,전원지역 학생은 3.8마이크로g/㎗로 2.2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놀랄 일은 아니다.대도시 자동차 배기가스오염에서도 신생아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 현실인데 공단지역 오염치가 이 정도라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문제는 사실을 파악하고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려는 태도 여부에 있을 뿐이다.이 점에서 울산교육청은 중요한 첫 행동을 한 것이다.이제할 일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정기적 건강진단 체제라도 확실히 수립하는 것이다.

1998-0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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