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구하고 익사 정인성군 유고집 발간

초등생 구하고 익사 정인성군 유고집 발간

강충식 기자 기자
입력 1998-01-21 00:00
수정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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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살신성인의 횃불’/초등시절부터 써온 일기·편지 등 담아/도덕불감증 사회 일깨운 양심 생생히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를 늘 생각했던 아들아. 난 네가 양심이 메마르고 도덕불감증에 처해 있는 이 사회에 살신성인의 횃불로 꺼져간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해 7월21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파도에 휩쓸리던 초등학생 15명을 구한 뒤 끝내 사망한 고 정인성군(당시 16·전주고 1년)의 아버지 윤석씨(51·공무원)가 아들의 글을 모아 최근 펴낸 유고집 ‘나는 이렇게 살아가련다’의 첫머리다.

전주고 동아리 ‘라매불’ 하계수련회 참석차 변산반도에 갔던 정군 등 동료 3명은 고무보트를 탄 초등학생들이 파도에 떠내려가며 울부짖는 것을 발견하고 무작정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평소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15명을 구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마지막 학생까지 무사히 구한 뒤 영영 돌아오지 못할 바다를 건넌 정군은 결국 이번 유고집 발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정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편지,독후감 등을모은 이 유고집에는 정군의 꿈과 이상이 글로 표현돼 마치 살아 생전의 정군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시민의식의 기본은 책임감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초등학교부터 배워온 사실이지만 이같은 책무를 떠넘기는 행위들은 우리를 너무도 슬프게 합니다”

정군이 사망하기 몇달 전에 쓴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자격조건’이라는 대목에서는 진정으로 삶에 최선을 다한 정군을 떠올리게 해 읽는 이를 숙연케 한다.

“인생 오르막길에서 내리막길이 보일 때까지 부축도 해주시고 때로는 채찍질도 해주시며 도와 주세요.부모님 사랑합니다”

“너의 기일날 다시 찾아오겠다고 영안실 입구에서 다짐한다.우정이란 이름으로 너를 다시 찾을 께.약속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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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로 생을 마감한 정군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해부터 교육부를 비롯,전북도청과 전북도의회는 정군의 동상 설립과 장학재단 설립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오는 3월쯤 정군을 비롯한 3명의 전주고생을 기리는 동상이 전주시내에 세워지고 ‘의사자 3인 추모장학재단’도 함께 설립된다.<강충식 기자>
1998-01-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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