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뱅 시작됐다(최택만 경제평론)

금융 빅뱅 시작됐다(최택만 경제평론)

최택만 기자 기자
입력 1997-11-27 00:00
수정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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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구조개혁이 시작됐다.8개 종금사가 외환업무를 정지당한 것은 한국에 바야흐로 금융빅뱅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신호이다.종금사에 이어 은행·증권·보험사 가운데 회생가능성이 없는 금융기관에는 인수·합병(M&A)의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업무가 중단된 종금사는 이 업무를 11월말까지 은행에 일괄양도하기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은행과 종금사간의 합병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종금사로부터 외환업무를 양도받은 은행이 해당 종금사를 흡수,통합하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자금을 받기로 결정하기 전 종금사 정비계획은 내년 1월말까지 자산실사를 끝내고 내년 3월말 합병이나제 3자 인수를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은행은 자산실사를 내년 3월말까지 끝내고 6월말에 인수·합병이 결정되며 보험과 증권회사는 6월말까지 실사가 완료되고 9월말에 회사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었다.

IMF로부터 긴급금융지원을 받기로 결정되면서 정부의 금융산업 구조조정계획이 앞당겨져이른바 금융빅뱅이 이달말부터 시작된 셈이다.금융기관의 M&A가 단행되는데는 대략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부실종금사는 내년 여름,부실은행은 가을,부실증권과 부실보험사는 겨울에 간판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인수·합병 예고편

부실종금사로부터 이달말까지 외환업무를 인수하는 7개 은행은 적어도 부실은행이 아닐 것이다.따라서 이번 종금사 정리는 앞으로 은행의 인수·합병을 예고해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정부가 부실은행에 부실종금사의 외환업무를 인수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종금사 업무를 인수하는 은행은 일단 정리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IMF로부터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라는 권고를 받기 전에 스스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부실금융기관 정리문제는 경제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정부가 자결능력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실금융기관 정리문제는 IMF로부터 긴급금융을 받지 않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금융기관과 경쟁에서살아남기 위해서는 절실히 요구되는 과제이다.국내 많은 금융기관이 과거 관치금융시대의 관행을 금융시장이 개방된 지금까지 버리지 못해 결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96년말 현재 국내 25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49%로서 태국의 10.17%보다 낮은 수준이다.올해 대기업이 연쇄부도를 일으킴에 따라 97년말 결산에서 25개 은행 가운데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불과 몇개 은행 정도가 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이 적자를 내면 자기자본이 축소된다.그렇게 되면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대비 자기자본비율이 BIS가 위험수위로 보는 8%이하로 떨어진다.최근 외국은행들이 한국계은행에 외화를 빌려주지 않은 것은 바로 국내은행이 부실화되어 언제 도산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국내은행의 신인도가 더욱 떨어지면 국내은행이 발행한 신용장을 외국은행이 받아주지 않는 사태가 생겨난다.이는 금융시스템의 완전한 마비를 의미한다.

○구조개혁 전기 삼아야

대기업의 연쇄부도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누적시키고 마침내 금융기관이 외환위기를 맞게 되어 결국 한국이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뒤늦기는 했지만 그나마 다행한 것은 금융시스템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국제금융기관으로 부터 긴급자금을 받아 일단 위기는 넘길수 있게된 점이다.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은 이번 외환위기를 금융산업 구조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부는 금융빅뱅이 조기에 매듭지어지도록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 바란다.금융기관의 강제적 M&A를 단행할 수 있는 수단인 조기시정장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기관 스스로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부실채권 정리·업무영역·세제면에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은 스스로 합병을 통해서 얻을수 있는 규모의 경제,업무의 다각화에 의한 범위의 경제 및 위험감소,그리고 경영능력의 이전에 따른 효율성 증대라는 3가지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을 당부한다.

○한국경제 회생과 직결

지난해 6월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케미컬은행이 합병,제1위은행으로 부상한 것은 앞서의 3가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금융기관 합병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체이스맨해튼은 국제금융과 도매금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케미컬은행은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장점을 갖고 있어 은행 짝짓기(통합)모델의 정형으로 볼 수 있다.

금융빅뱅은 이제 시작됐다.정부·금융기관·학계 등 각계가 지혜와 중지를 모아 빅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빅뱅의 성공여부는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직결된다.특히 금융기관 종사자는 이 점을 각별히 유의,집단이익을 위한 주장이나 행동을 삼가기 바란다.<사빈 논설위원>
1997-11-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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