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향한 중국의 외교정책/하도생(지구촌 칼럼)

21세기를 향한 중국의 외교정책/하도생(지구촌 칼럼)

하도생 기자 기자
입력 1997-11-24 00:00
수정 1997-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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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두달은 중국 정상의 외교 활동이 돋보인 기간이었다.강택민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에 이어 이붕 총리의 일본 방문,북경을 방문한 옐친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중국 지도자와의 북경 정상회담 등….

강택민 주석은 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참가,각국 지도자와 비공식 회의를 갖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이같은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중국입장에선 이같은 만남이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각국간 신뢰와 우호관계를 두텁게 하여 장기적인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이것은 중국의 필요며 동시에 세계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치우침 없는 균형외교

미국과 일본등 강대국간 관계는 두나라 뿐 아니라 국제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시돼 왔다.강택민과 클린턴의 중·미 정상회담,이붕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와의 만남,강택민과 옐친의 북경회담 등은 강대국간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여 안정적이고 우호적인상호 관계 및 국제환경조성을 지향하고 있다.중국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전방위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강대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도 중국의 외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강택민과 클린턴은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21세기의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합의했다.두 정상은 미래 발전 목표에 합의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그러나 중·미 관계에 순풍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두나라는다른 사회·정치제도를 갖고 있고 의식과 가치관이 다르다.이같은 견해차는계속 존재할 것이다.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러한 견해차에 대응해 나가느냐하는 것이다.중국은 이견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보류하고 양측이 동의·합의할 수 있는 것들부터 협력해 나가자는 원칙을 주장해왔다.

수교이래 중·미관계가 최악이던 지난 89년12월 등소평은 미국의 대통령 특사를 불러 중국 입장과 의견을 미국정부에 전달한 일이 있었다.이것이 중·미 관계를 처리해온 중국의 태도다.대화와 접촉을 통해 합의가능한 문제부터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지난 몇년동안 미국에선 중국을 적대시하려는 주장과 정책이 끊이지 않았다.갖가지 구실의 이같은 주장과 정책들은 냉전종식후 중·미간의 공동 이익이 사라졌으며 정상적인 중·미 관계가 미국에서 의미를 상실했다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또 중국에 압력을 행사,중국의 사회정치 제도를 바꾸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그러나 그것은 넌센스가 아닐수 없다.지날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방향처럼 중·미 관계가 바람직한 관계설정을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군사동맹 강화 불필요

이붕 총리의 일본방문도 두나라 수교 25주년을 맞아 중요한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다.중·일 관계의 발전 역시 두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번영에 불가결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중국은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이 미래의 지표가 된다’는 자세로 중·일간의 불행한 과거 역사를 대하고 있다.역시 일본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미국과 일본사이에 체결된 군사동맹 강화 문제다.냉전이 끝나고 이제 아시아에 ‘미·일 군사집단’을 겨냥하는 존재가 없어진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일까.몇몇 일본 고관들은 대만지역이 미·일 군사활동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댄다.중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다양성과 신축성 보장

냉전은 끝났으며 이에 합당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새로운 사고와 관점이 절실하다.안전과 평화는 군비 확장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해 얻을수 없다.상호 믿음의 증진과 공동이익에 기초한 발전관계의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협력과 믿음의 증진을 위해선 상대방을 의심하고 겨냥하는 행동을 해선 안될 것이다.이것이 냉전후 진전되고 있는 국제관계의 추세다.중국과 러시아가 맺은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도 동맹을 맺지 않고 어떤 제3국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는데 특징이 있다.옐친의 방문동안 체결된 국경협정이나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5개국이 지난해 체결한 서아시아 국경지대에서의 병력 등 군사역량 감축조약은 새로운 국제관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한·중 관계발전 모범적

APEC에서도 중국은 가입국들과 새로운 국제관계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다양성과 신축성이 보장돼 있는 APEC의 운영방식은 참여국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으며 중국은 이같은 방법과 원칙아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APEC 회원국인 한국과의 수교기간은 길진 않지만 중국외교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두나라의 각 분야에 걸친 교류와 관계발전의 속도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우리는 중국과 한국간의 우호 및 관계발전이 주변 형세의 장기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전진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전 중 인민외교학회 부회장>
1997-11-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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