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 회장 의중 뭘까/강제퇴진 위기속 정상집무… 거취엔 함구

기아 김 회장 의중 뭘까/강제퇴진 위기속 정상집무… 거취엔 함구

손성진 기자 기자
입력 1997-10-25 00:00
수정 1997-10-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법정관리인 선임돼도 ‘버티기’ 가능성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의 의중은 무엇일까.법정관리 결정으로 강제 사퇴를 당할 운명에 놓인 김회장은 22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정상적으로 출근,업무를 보고 있다.재산보전관리인이 선임되는 동시에 물러나야할 김회장은 그전에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나아가 재산보전관리인이 선임된 뒤에도 물러나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그룹측은 관리인 선임 이후의 김회장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그룹 관계자는 김회장이 결정할 문제이며 거취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회장의 태도는 법정관리후의 기아정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김회장이 버티고 있으면 정부와 기아근로자들간에 끊임없는 마찰이 불가피해진다.당장 24일에는 서울 종로에서 기아사태에 항의하는 민주노총소속원들과 진압경찰간에 최루탄이 쏟아지는 충돌이 있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관리인 선임 이후 회장의 권한은 모두 상실하더라도 법정관리에 항의하는 표시로 사퇴하지 않고직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법정관리에 대한 아무런 대응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김회장으로서는 최후까지 버티는 저항책을 들고 나올수 있다는 것이다.김회장은 23일에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법정관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24일에도 임원 간담회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숙의했다.그러나 법정관리의 부당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을 뿐 뚜렷한 대응 방안은 마련치 못했다.그룹 관계자는 김회장이 회의에서도 주로 듣는 입장일 뿐 적극적인 의진 개진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김회장은 물러날 시기를 놓친 셈이다.사퇴하지 않고 버팀으로써 정부를 계속 곤란케하는 것은 그에게 남은 최후의 항전수단이다.

관리인 선임을 놓고 정부가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내부 인사를 선임할 경우 김회장이 버티고 있는 이상 관리인의 행동에 제약이 따를수 밖에 없을 것이며 외부인을 선임한다면 법정 경영주와 정신적 경영주가 대립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때문에 김회장과 정부가 막후 담판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법정관리는 유지하되 김회장의 명분을 살려주는 방안이다.김회장이 물러나되 비상임 명예회장직을 갖도록 하던가 재산관리인 선임권을 준다든가 하는 등이다.<손성진 기자>

1997-10-25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