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 움직인‘위대한 한국인’/한길사 인물평전 1차분 4권나와

우리역사 움직인‘위대한 한국인’/한길사 인물평전 1차분 4권나와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7-07-15 00:00
수정 1997-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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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서 윤이상까지 100명 삶과 사상 조명/철저한 자료조사·현장취재… 완성도 높여

삼국시대의 원효에서부터 현대의 윤이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한국인물평전 ‘위대한 한국인’시리즈(한길사) 1차분 4권이 나왔다.모두 10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현장취재를 병행해 평전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대상인물은 사상가를 비롯,문학가 음악가 미술가 과학자 종교가 정치가 등 시대와 분야를 망라해 우리 역사의 다층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이번에 선보인 책은 ‘원효’(고영섭 지음),‘허균’(이이화 지음),‘일연’(고운기 지음),‘나운규’(조희문 지음) 등이다.

시리즈 첫째권인 ‘원효’는 민중불교의 대의를 보여준 신라 불교 르네상스기(7∼8세기)의 승려 원효의 승속의 삶을 다룬다.원효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갈라진 마음을 한 마음으로 귀일시키고,다양한 주장을 조화롭게 화해시켰으며,무애의 자유로움을 실천했다.이 책에는 원효가어린 나이에 출가해 60여년이 넘는 법랍을 출가수행자로 살다 혈사로 돌아와 입멸하기까지의 치열한 구도행각이 빈틈없이 담겼다.

허균이 살았던 16세기 말은 유교적 교조주의가 고개를 들고 당론이 심화됐으며 신분제도에서는 서얼금고가 한층 가혹해진 때였다.허균의 ‘홍길동전’은 이같은 봉건체제의 모순과 부당성을 폭로한 대표적인 소설이다.평전 ‘허균’에서는 그의 이같은 저항적 문학정신을 집요하게 살핀다.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그는 “명나라 변공의 청치가 있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가를 이뤘다.1천500수가 넘는 시를 남겼다.허균은 수사에 치우친 시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글자에 집착해 시의 본래 맛을 잃는 것을 경계했다.따라서 그의 시에는 음풍농월류 보다는 사회개혁 의지가 담긴 것들이 많다.

‘일연’은 독특한 형식으로 된 평전이다.지은이 자신이 직접 일연이 거쳐간 지역을 답사하면서 서술한 기행문형식을 띠고 있다.이 책은 먼저 전라남도 장흥군에 있는 가지산파의 종찰 보림사를 첫 행선지로 삼는다.가지산파는 신라말 선문의 기운이 싹틀 무렵 그 첫번째 뿌리를 내린 곳이다.일연이 속한 산문이 바로 가지산파다.이 책은 일연의 생각을 추체험,고려후기 사회의 문화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1∼3권과는 좀 색다른 기분으로 읽을수 있는 것이 ‘나운규’다.한국영화사의 개척자로 일제시대의 암울한 상황에서 영화로 민족정신을 대변했던 춘사 나운규.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춘사의 작품은 ‘아리랑’ 하나 뿐이다.그것도 필름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불과하다.지은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 나운규를 복원해낸다.한국영화사의 신화적 존재인 나운규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추어내 그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인물임을 보여준다.현실은 때때로 영화보다 더 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가난과 혼돈 앞에서 몇번이고 쓰러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던 나운규도 단 한가지 피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죽음이었다.폐병과 싸우던 나운규는 1937년 36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서구 등의 경우 인물평전은 고급 읽을거리로 꾸준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평전은 대부분 일부 사상가에 집중돼 있거나 위인전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양극화 양상을 보여왔다.한길사의 ‘위대한 한국인’시리즈는 단순한 개인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읽을수 있게 하는 색다른 차원의 역사교양서로 주목된다.이미 출간된 4권 외에 연말까지 10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김종면 기자>
1997-07-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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