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금리전쟁 “점화”

정부·재계/금리전쟁 “점화”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7-05-09 00:00
수정 199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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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통화공급 늘려 선진국수준으로 낮춰야” 포문/통화당국­“선거철 틈탄 요구… 재무구조 개선부터” 시큰둥

재계가 통화당국과 「금리전쟁」을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월례 회장단회의에서 『한보사태로 악화된 시중자금 사정을 안정시키지 않을 경우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춰야 할 것이란 점을 강조,금리전쟁을 본격화했다.재계의 주장은 한마디로 통화공급을 확대해 금리를 선진국수준으로 낮춰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재계의 통화공급 확대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며 선거철을 틈탄 금리인하 요구로 보고 시큰둥해하고 있다.한은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면 금리가 단기적으로 떨어질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올라간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통화이론』이라며 재계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박철 한은 자금부장은 『일부에서 금리를 내리기 위해 통화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 금리가 선진국보다 높은 이유는 통화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보다 인플레와 과다한 차입경영에 근본원인이 있다』며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통화정책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다른 관계자도 『성장률 이 4∼5%,물가는 2∼3%가 돼야 금리가 6∼7% 선에서 안정될 수 있다』며 『재계논리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엿바꿔먹기 식으로 접근하는 인상이 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는 금융경색이 심화되는 데도 중앙은행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신용대출이 위축되면서 자금의 단기화가 촉진돼 금융기관의 단기자금 대출비중이 지난해 1·4분기 83.5%에서 올 1·4분기 86.2%로 확대됐다고 주장한다.무보증사채의 비중 역시 94년 31%에서 95년 22%,96년 6%로 급속히 줄고 있고 연이은 부도사태로 4월 30일 현재 콜금리가 14.16%까지 급등했다며 아우성이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의 신용대출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의 출연을 늘리고 중앙은행의 신축적인재할인 정책 추진과 금융기관 대출채권 및 기업 외상매출채권의 유동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특히 은행의 장기채 발행과 해외차입을 자유화해 기업의 장기자금 수요에 부응하도록 하고 유상증자의 배당금 요건 완화,10대 계열 기업군에 대한 증자한도 폐지,회사채 발행 물량 제한 폐지 등 직접규제도 완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리논쟁은 정책당국과 연구기관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강경식 부총리는 얼마전 마샬K이론을 들어 통화공급 확대논리를 편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KDI)주장을 『경제학의 기본도 모르는 발상』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거원장이 재경원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명목금리뿐아니라 실질금리도 경쟁국에 비해 매우 높아 이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화공급을 늘리고 자본자유화에 따른 통화량 증가분을 한국은행이 흡수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었다.강부총리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80년대를 풍미했던 마샬K이론을 지금 상황에 들먹일 수 있느냐』며 매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쨋든 재계의 금리인하 공세가 시작됐고 통화당국이 얼마큼 버텨낼지 주목된다.<권혁찬 기자>
1997-05-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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