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전략(미국시장을 다시 찾자:3)

현지화 전략(미국시장을 다시 찾자:3)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1997-05-08 00:00
수정 199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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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습 등 파악/이질감 제거 노력/소비자 취향맞는 제품으로 승부

뉴욕의 맨해튼 110 이스트 55번가에 위치한 (주)선경 아메리카 빌딩.뉴욕에 진출한 한국기업중 유일하게 맨해튼에 사무실이 있다.선경 아메리카는 미국인 사장에 중역들의 60%가 미국인이다.사무실에서 공식언어는 영어이다.삼성이나 현대·LG·대우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임직원들도 쟈니,켄,클라라,숀,스티브 등 미국 이름을 갖고 있다.그러나 이는 현지화의 시작일 뿐이다.

현지화,이른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은 세계화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자주 거론하는 용어다.외국에 진출,현지 기업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현지인의 채용규모를 늘리거나 현지인을 사장으로 앉히는 것만이 현지화는 아니다.10년 넘게 미국 현지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만 (주)선경 아메리카 부회장은 『현지화는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못지않게 이들처럼 지역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기업이 되려는 한국의 현지법인들의 노력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삼성은 현지법인에서 생긴 이익을 사회에 되돌려준다는 이미지를 심기위해 노력한다.대학에 기자재를 기증하는가 하면 재향군인회에 5백만달러를 기증,재단을 설립해 매년 회원의 대학생 자녀 1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LG도 마찬가지이다.지난해 교포들을 상대로 인터넷 무료강좌를 실시했고 틈 날때마다 직원들에게 지역 경찰서나 단체들이 벌이는 각종 자선행사에 자원봉사나 소액의 후원금을 내도록 권장하고 있다.미국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려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노력들이다.LG전자 미국법인의 총 직원 88명중 10%인 9명만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이고 나머지는 재미교포나 현지인이다.빠르면 내년중에 현지인을 법인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생산법인을 애프터서비스 전담법인으로 전환했다.이곳에 이달부터 간이부엌(Test Kitchen)을 가동할 계획이다.간이부엌에는 주방에 필요한 전자레인지·식기 세척기·제빵기·에어컨 등을 갖추고 요리전문가와 공장임직원들이 실제로 제품의 작동 및 요리를 해보고 불편이나 품질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결과는 즉시 관련 사업부문에 피드백돼 제품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된다.예를 들어 미국시장의 5.82%를 점유하고 있는 전자레인지의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과 달리 냉동식품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 해동기능이 중시된다.미국 소비자들의 식습관부터 부엌에서의 가전제품들의 위치와 활용도 등을 일일히 검증,가장 편리하고 능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현지화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품기획팀이 미주지역본부에 설치돼있다.팀장은 미국인이,부팀장은 한국인 부장이 맡고 있다.시장조사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생산하기위해서다.첫 작품이 비디오 게임용 GXTV이고 올해안에 통신기기 신제품이 나올 계획이다.

캠브리지 멤버스는 현지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던 당사자다.미국 뉴욕 맨해튼에 매장을 열기전 한국에서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작업을 했지만 초기에는 고전했다.패션의 중심인 이탈리아에서 미국에 내놓을 제품 일체를 기획했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과소비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가격대와 색상 선정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캠브리지 멤버스는 이후 철저히 현지디자인을 고수하고 미국인 영업직원들과의 의사소통도 활성화하고 있다.

(주)대우 아메리카 이동진 법인장(상무)은 『현지화는 현지에서 현지인을 쓴다는 개념보다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주식을 공개하는등 미국기업화 되는 것이며 현지인 사장 임용은 방법에 불과하다』며 『한국식 경영방식이 반드시 현지화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지역 영업책임자인 피터 어드만씨는 『삼성전자에 오기전에 소니에서 영업을 했었는데 삼성전자는 의사결정과정이 소니보다 훨씬 빨라 일을 보다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광고등 일부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만큼 일한 만큼의 보상이 뒤따르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들은 외견상 상당히 현지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단순히 외국인을 많이 고용한다고 해서 현지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현지의 문화와 관습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미국 지역사회에 그 일원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개인의 현지화,조직의 현지화를 앞당길수 있다.<뉴욕=김균미 기자>
1997-05-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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