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황장엽의 취재거부/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방일 황장엽의 취재거부/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1997-02-10 00:00
수정 199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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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의 황장엽 비서가 일본을 방문중이다.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대 총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올해들어 접근 움직임을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북·일 양자관계 등으로 그의 방일은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그의 방일 행태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런 것이었다.

입국시 공항에서 그는 한국 특파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그를 경호하는 사람들의 거친 행동은 당하는 쪽이 오히려 낯이 달아오를 정도였다.

그는 지방 나들이를 거쳐 지난 4일 공개행사에 처음 등장했다.「21세기 북동아시아 전망­북한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강연장에는 학계 언론계 등 한반도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중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수준낮은 철학개론 강의로 대신했다.주체사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경제가 성장한 나라들이더라도 자만하지 말라,사회주의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해방시키는 이데올로기라는 이야기였다.그는 눈부시게 변화하는 세계정세에는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대립과 갈등의 요소만을 주요한 인식의 준거로 내세웠다.주제와는 동떨어진 강연에 패널리스트들은 난감해 하면서도 최근 북한의 대내외 사정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질문하신 전문가들이 더 잘 알테니 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다시 철학강의를 폈다.청중들로부터는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강연후 「사기당했다」,「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7일부터 9일까지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는 그가 참석한 가운데 주체사상에 관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제목은 「21세기와 인간의 지위에 관한 국제세미나」라는 거창한 것이었다.취재차 회장을 방문한 한국언론인은 거부의 대상이었다.뒤에서는 일본언론인들에 대해 살갑게 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풍년 거지가 더 서럽다는 말도 있지만 이웃들이 돕기 위해서,북한이 살기 위해서라도 서러울수록 대화의 광장에 몸을 맡기는 열린 자세가 그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일본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 간부인 황비서쯤 되는 인물이 응답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면 한마디도 듣지 않고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서 상대의 이해를 얻겠다면 이는 너무 일방적이다.
1997-02-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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