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핵폐기물 대응 “중구난방”/임춘웅 논설위원(서울논단)

대만 핵폐기물 대응 “중구난방”/임춘웅 논설위원(서울논단)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7-01-29 00:00
수정 1997-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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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핵폐기물의 북한반입문제가 꼬여가고 있다.이문제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정부는 27일 『핵폐기물 이전계약은 순수한 상업행위』라고 강변하며 강행할 방침임을 천명했고 외신은 폐기물수송을 담당할 북한 전문가들이 이미 대만에 도착했다고 전하고 있다.

한민족의 생존권과도 관련이 있는 이런 문제가 우리의 우려나 주장과는 관계없이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그동안 우리는 이문제에 적절히 대응했느냐 하는 것이다.자성해보지 않으면 안될 문제다.무엇보다 우리는 정보에서부터 늦었다.정부는 대만과 북한사이에 이런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정보가 없었음은 물론이지만 사단이 난 이후에도 정부가 적절히 대처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이문제와 관련,27일에야 처음으로 국무총리 주재로 통일­안보장관회의란 것을 열었다.회의결과란 것도 외교채널을 동원해 이문제에 강력히 대처해나가겠다는 정도다.

그동안에 산발적으로 관계당국자나 관련기관들에서 흘러나온 대응책이란 것들도 중구난방이란 인상을 면키 어렵다.그나마 내용이 지나치게 황당한 것들이다.정부의 이문제 관련핵심인물이라 할수있는 사람이 『안되면 무력으로라도 저지하겠다』고 불쑥 던졌다가 하룻만에 말을 뒤집는 해프닝이 있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연계시켜 북한이 스스로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경수로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어느 당국자는 대만주재 대표부를 폐쇄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그나마 그럴듯한 방책이란 것이 미국을 통해 대만에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도록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들 방안중 어느것도 실효성이 없어보인다.무력저지 운운은 고위정부당국자의 상식을 의심케하는 실언이었다.적어도 국제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일에 무력저지 운운은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대표부의 폐쇄문제는 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사정이 불가피했다고는 해도 대만과의 관계를 전면 백지화시킨 일은 우리외교의 일대 실수로 꼽히고 있다.겨우겨우 복원시켜놓은 대표부를 폐쇄한다는 일은 단견이다.

KEDO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유엔이 얽혀있는 대단히 복잡한 기구다.우리가 대부분의 돈을 대면서도 우리뜻대로 되지않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잘아는 일이다.또 미국과 일본을 통한 압력문제도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이문제에 대한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이 우리와 같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뒤늦게 대책세우기 급급

성급한 우리의 환경단체들이 대만에 들어가 항의시위를 벌인 일도 역효과만 일으킬게 뻔한 일이다.27일 대북에서는 벌써 그곳 우익단체들이 나서서 태극기에 계란세례를 하고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김영삼 대통령 허수아비에 모욕을 주는 반한운동이 벌어졌다.극단적 애국운동은 극단적 반한운동을 필연적으로 몰고오게 돼있다.

우선은 우리의 환경단체들이 외국의 환경단체들과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수년전 마셜군도에서 핵폐기물 수입을 추진하다 호주 뉴질랜드등 태평양국가들의 항의로 저지된 일이 있고 독일이 자국의 핵폐기물을 중국 고비사막에 폐기하려던 계획도 독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그린피스 인터네셔널·지구의 벗 인터내셔널 등 국제환경단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외국환경단체 도움 절실

현재 국가간 유해폐기물 거래는 런던덤핑협약과 바젤협약,두개의 국제협약에따라 규제되고 있다.그러나 이들 협약이 허점투성이여서 실효성이 의문시돼왔다.선진국들의 반대로 핵폐기물은 이들 협약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을뿐 아니라 그밖의 규제도 대만이나 북한처럼 비가입국가들간의 거래에는 속수무책이다.미국까지도 바젤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에 지금까지처럼 중구난방식으로 대처해선 곤란하다.정부가 책임있게 나서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대응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그리고 대책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들이어야 한다.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관심을 가져야할 일중 하나는 관련 국제관계법의 보완작업이다.당장의 일만 생각을 하다 한고비 넘기면 또 잊어버리고마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한다.<임춘웅 논설위원>
1997-01-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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