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실추의 아쉬움/박은호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공권력 실추의 아쉬움/박은호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박은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1-23 00:00
수정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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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4년 일본 검찰은 치욕의 검찰사를 써야만 했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당시 장기간의 수사 끝에 집권 자유당(자민당의 전신)의 간사장 사토 에이사쿠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포착,사법처리의 수순을 밟고 있었다.그러나 검찰권 행사는 일순간에 무위로 돌아갔다.정계 핵심부에 칼날을 겨눈데 위기의식을 느낀 내각이 조직적으로 반발,법무대신으로 하여금 검사총장에게 「지휘권」을 발동해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단죄의 칼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전후 정계 수뇌부와 재계가 뇌물로 야합한 전형적인 오직사건에 대한 수사가 불발로 끝난 것이다.

정권을 살리려고 부패를 덮어 버린 일본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지만,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일어났다.

지난 21일 서울지검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련 위원장 단병호씨를 붙잡고도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여야 영수회담을 마친 김영삼 대통령의 「영장집행 유예」 지시 때문이다.통치권자의 지시는 검찰청법8조의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지휘권」과 7조의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일선검사에 하달됐다.

검찰의 공안관계자는 지난 16일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의 기자회견 때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집행 여부와 관련,「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검찰의 몫인 법집행을 엄정하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발언은 그러나 김대통령의 지시 이후에는 『국가위기 타개라는 대승적 가치가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미시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말로 수정됐다.이 관계자는 이어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외국속담을 예로 들며 공권력의 실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노동법 개정과 노동계 전면파업 등이 부른 국가적 위기사태를 무사히 극복해야만 이 관계자의 바람처럼 「끝」이 좋아질 것 같다.
1997-01-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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