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사금파리 인물상(한국인의 얼굴:91)

고려청자 사금파리 인물상(한국인의 얼굴:91)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1-11 00:00
수정 199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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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난 춤사위에 미소가 절로…

고려청자가 아름답다 하는 것은 무늬 때문인지도 모른다.무늬를 다루는 솜씨가 그만큼 뛰어났다.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은 무늬가 기형·태깔과 조화를 이룰때 비로소 표출되었다.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 또한 다양했다.그릇을 굽기 전에 거죽을 파고 그 안에 다른 물질을 채워 무늬를 만드는 상감 따위의 기법이 그것이다.

청자의 무늬는 여러 사물이 응용되었다.청자가 한껏 발전한 12세기에는 자연주의 바람의 무늬가 청자에 등장했다.갈대와 버들과 물새가 있는 전원풍의 포류수금문이 바로 그런 무늬다.자연에 몸을 맡긴 채 부질없는 모든 것을 떨쳐버린 무위자연의 풍류가 엿보였다.그림속의 자연은 사람을 역시 그림으로 끌어들였다.자연을 즐기는 주체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물상 그림이 보이는 청자는 흔치 않았다.불행하게도 깨어진 청자 사금파리에서 고려사람 인물상을 만났다.경기도 이천 해강도자미술관이 소장한 사금파리에 인물상이 들어 있다.세로 5.8㎝,가로 6.2㎝에 불과한 좁디좁은 공간의 인물상은 오른손이 잘려나갔으나,얼굴은 알아볼 만큼은 여백을 남겼다.허리께로는 유약이 흘러내렸다.그래도 마치 안개가 감돌듯 엷게 유약이 번진 탓에 인물상이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

청자 사금파리의 인물상은 동적으로 표현되었다.그 동작은 춤사위가 분명했다.오른팔은 자연스럽게 내리고 왼팔을 휘어지게 들어올린 인물상은 두 다리를 벌렸다.향악정재나 당악정재,또는 백희가무 따위의 정통춤은 아닌 듯싶다.아마도 민간의 뭇 백성 사이에 전해 내려온 춤일 것이다.오늘날 신명 많은 사람에게서도 이와 같은 즉흥적 춤사위를 찾아볼 수 있다.

인물상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그것도 힘을 주어 젖혀서 머리칼이 뒤쪽으로 쏠렸다.얼핏 보아서 웃는 상호다.워낙 좁은 공간에다 얼굴을 그리느라 점을 꼭꼭 찍고 금 하나를 얼른 그어 눈과 입을 그렸다.재빠른 붓놀림은 웃는 얼굴을 그린 사기막 화공의 재주가 그런대로 쓸만했던 모양이다.깨어진 사금파리라서 인물상의 배경화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하지만 포류수금문이 있는 목가풍의 자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 윤곽은 모두 자토로 처리했다.옷 매무새의 선이 뚜렷이 잡혔는데,걸친 입성은 포가 아닌가 한다.두루마기로 여기면 이해하기 쉬운 포는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입은 국속의 옷이다.<황규호 기자>
1997-0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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