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연극 새장을 연다

청소년 연극 새장을 연다

이지운 기자 기자
입력 1997-01-10 00:00
수정 1997-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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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승씨 등 20대 4명 고교시절 꿈 무대에/자비로 「색시공」 13일 첫 공연/“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화의 장 제공”

척박한 청소년 문화의 토양에 땀으로 물을 대는 젊은이들이 있다.

9일 상오 9시 서울 관악구 청소년회관의 1층 공연장.4명의 젊은이들이 13일 막을 올리는 청소년극 「색시공」의 막바지 연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현대사회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은 블랙코미디로 청소년에 맞게 새로 꾸몄다.

서울 관악구 광신고등학교 연극반 동기들인 정지승(21),이학기(21),김재원씨(21),후배 성현철씨(20).모두들 연극을 좋아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연극반에 가입,함께 무대에 섰던 동지들이다.

이들이 청소년을 위한 연극을 올리기로 뜻을 모은 것은 고교 시절.연극공부를 위해 연극 공연장을 자주 찾으면서 또래를 위한 연극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나이가 들어 서로 다른 길에 있더라도 언젠가 청소년 전용극장을 세우고 청소년을 위한 극을 올려보자』고 결의했다는 설명이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정씨와 성씨는 아동·기성 극단에 적을 두었고,이씨는 자동차경보기판매원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김씨는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요원할 것 같던 이들의 꿈은 처음 생각보다 20여년 앞당겨져 실행됐다.지난해 7월 함께 여행하면서 『고등학교를 방문해 시청각실에서 공연하더라도 지금 한번 해보자』고 중지를 모은 것이다.

배우가 적다 보니 우선 2인극을 골랐다.공연 무대는 관악구청 청소년회관으로 정했다.자신들이 자란 동네에서 후배들을 위해 공연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당장 연습을 시작했다.각자가 일들로 바쁘다보니 함께 모인다는 것이 수월치 않았다.하지만 사회초년병인 이들에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큰 문제였다.공연장사용료·무대제작비 등 1백여만원을 자비로 충당해 마련했다.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매년 한편이라도 무대에 올리겠다는 것이 이들의 각오다.

정씨는 『신림동 「녹두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나이 어린 후배들이 방황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하고 『연극을 통해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연극을 접하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면서 활짝 웃었다.

공연은 13일 하오 3시,7시.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청소년회관.876­0636<이지운 기자>
1997-0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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