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외언내언)

제야의 종소리(외언내언)

황석현 기자 기자
입력 1996-12-31 00:00
수정 1996-12-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른세번 은은한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96년 병자년은 끝나고 97년 정축년 새해가 밝아 온다.하늘끝 구석구석까지 긴 여운을 남기며 울려퍼질 보신각종소리는 지난해의 질곡과 어둠을 모두 밀어내고 새로운 출발의 힘찬 신호음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서울 종로 네거리에 걸려있는 보신각종은 조선조 세조 14년(1468년)부터 파루(새벽4시)와 인정(밤10시)때 종을 울려 서울 도성문을 여닫으면서 서민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이종은 일제의 민족정기말살정책으로 36년 동안이나 벙어리가 됐었다.

해방후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한 보신각종은 새해첫날,3·1절,광복절등 한해에 3차례 온누리에 우리민족의 굳은 기상과 맑은 심성을 전해 왔다.3·1절 타종에서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위한 선열들의 우렁찬 함성을 들었고 광복절 타종에서는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면서 조국광복에 몸바친 선열들의 명복을 빌어 왔다.그러나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새해 새출발을 다짐하는 제야의 타종이다.

이 유서 깊은 보신각종이 제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것은 지난 84년.종안쪽에 금이가고 부식이 심해 이해 첫날에는 부득이 타종을 중단 해야만 했다.그래서 서울신문사는 보신각종 복원운동에 앞장섰고 국민들은 너도 나도 이 운동에 동참 했다.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성금을 냈고 모아진 성금은 8억여원이었다.보신각종이 복원된 것은 그 이듬해인 85년.무게 20t,높이 4m의 거대한 범종이 새롭게 만들어졌고 맑고 은은한 종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게 됐다.천수를 다한 노종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1997년 첫날 0시.보신각종은 제야의 종소리로 우리국민의 가슴마다에 또다시 희망과 새로운 결의를 안겨 줄 것이다.<황석현 논설위원>

1996-12-31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