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에는 곡식 안먹고 사는 벽곡법이란게 있다.세속 등진 옛사람들이 그렇게 살았다.그게 신선으로의 길 아니었던지.
이덕형의 「송도기이」에 보이는 안경창도 그렇다.그는 자기호를 사내라 했다.그까닭이 있다.그는 한절에서 늡늡한 이승을 만난다.밤이면 북두에 절하고 솔잎만 먹는 스님.안경창은 그에게서 그 법을 배워 네가지 괴로움(추위·더위·배고픔·목마름)을 이겨낼수 있었다.그래서 지은 호가 네가지를 참아낸다는 「사내」였다.
우리역사를 거스르면 굶어죽은 사람이 적지않다.흉년든 해는 말할것도 없지만 남의 나라 침노를 받고 갈무리해뒀던 양식을 뺏기면 굶을수밖에 없었다.윤국형의 「문소만록」에서 임진왜란때의 참상을 읽어보자.『…시체는 쌓여 들에 가득하고…아비는 자식을 팔고 남편은 아내를 팔았으며 게사년 봄에 이르러서는 무두질 이길양으로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시체를 쪼개어 앞다투어 물어뜯었으며…』.그럴때 안경창같이만 살수 있었더면….
조선조들어 구황식을 개발하는 것도 그런 불행 막자는 뜻이었으리라.「구황촬요」·「구황보유방」 등에는 곡식을 안 쓰거나 쓰더라도 약간만 섞는 법들이 적혀있다.그 주된 원료가 솔잎.다만 변비를 막기위해 느릅나무껍질 즙을 함께 먹어야 했던 듯하다.그런 소나무(솔잎)임으로해서 최두익은 그의 「찬송방」에서 솔을 찬양한다.『솔은 백목의 어른으로서 공으로 삼으며(송자를 말함) 그 공의 공이야말로 넓고 크다 하겠다』
배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설움 모른다고 했다.솔잎을 선식 아닌 구황식으로서 먹었던 사람들은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도 남았을 일이다.오죽 괴로운 것이었으면 불교에서의 삼악도(악인이 죽어서 간다는 세계)에 아귀도가 들어있겠는가.솔잎도 못먹은채 탈탈 굶으면서 매만 맞는다니 어찌 당해낼 괴로움이겠는가.
서울쓰레기의 절반이 음식물이라 한다(서울신문 11.27).구황식 먹었던 후손들. 「보릿고개」 못 넘기고 굶어죽는 걸 보고 겪은 세대로서는 버력입을 짓이로구나 싶기만하다.귀한줄 모르고 교만한 자는 망한다 했다.굶어죽은 땅속 원혼들이 보고 있는 것을.〈칼럼니스트〉
이덕형의 「송도기이」에 보이는 안경창도 그렇다.그는 자기호를 사내라 했다.그까닭이 있다.그는 한절에서 늡늡한 이승을 만난다.밤이면 북두에 절하고 솔잎만 먹는 스님.안경창은 그에게서 그 법을 배워 네가지 괴로움(추위·더위·배고픔·목마름)을 이겨낼수 있었다.그래서 지은 호가 네가지를 참아낸다는 「사내」였다.
우리역사를 거스르면 굶어죽은 사람이 적지않다.흉년든 해는 말할것도 없지만 남의 나라 침노를 받고 갈무리해뒀던 양식을 뺏기면 굶을수밖에 없었다.윤국형의 「문소만록」에서 임진왜란때의 참상을 읽어보자.『…시체는 쌓여 들에 가득하고…아비는 자식을 팔고 남편은 아내를 팔았으며 게사년 봄에 이르러서는 무두질 이길양으로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시체를 쪼개어 앞다투어 물어뜯었으며…』.그럴때 안경창같이만 살수 있었더면….
조선조들어 구황식을 개발하는 것도 그런 불행 막자는 뜻이었으리라.「구황촬요」·「구황보유방」 등에는 곡식을 안 쓰거나 쓰더라도 약간만 섞는 법들이 적혀있다.그 주된 원료가 솔잎.다만 변비를 막기위해 느릅나무껍질 즙을 함께 먹어야 했던 듯하다.그런 소나무(솔잎)임으로해서 최두익은 그의 「찬송방」에서 솔을 찬양한다.『솔은 백목의 어른으로서 공으로 삼으며(송자를 말함) 그 공의 공이야말로 넓고 크다 하겠다』
배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설움 모른다고 했다.솔잎을 선식 아닌 구황식으로서 먹었던 사람들은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도 남았을 일이다.오죽 괴로운 것이었으면 불교에서의 삼악도(악인이 죽어서 간다는 세계)에 아귀도가 들어있겠는가.솔잎도 못먹은채 탈탈 굶으면서 매만 맞는다니 어찌 당해낼 괴로움이겠는가.
서울쓰레기의 절반이 음식물이라 한다(서울신문 11.27).구황식 먹었던 후손들. 「보릿고개」 못 넘기고 굶어죽는 걸 보고 겪은 세대로서는 버력입을 짓이로구나 싶기만하다.귀한줄 모르고 교만한 자는 망한다 했다.굶어죽은 땅속 원혼들이 보고 있는 것을.〈칼럼니스트〉
1996-12-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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