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외언내언)

한복(외언내언)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6-12-03 00:00
수정 1996-12-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93년 한국의 패션 담당기자들을 당혹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패션의 도시 파리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가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는데 그 주인공 ㅇ씨가 국내에서는 거의 무명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당시 파리 컬렉션에는 국내에서 이름이 쟁쟁한 디자이너들이 여럿 참가했었다.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ㅇ씨는 원래 한복만들기가 전문이었으나 파리에 진출하기 직전 양장디자이너로 변신했다.당연히 그의 작품에는 한복의 이미지가 진하게 스며 있었다.파리 언론은 그의 옷을 「자연을 닮은 바람의 옷」이라고 평했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날아 구름속에 나부끼다…」는 우리 가곡 「그네」의 가사를 저들이 알았을리도 없건만 한복의 아름다움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역시 패션의 본고장 다웠다.

한복이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 선정작업에서 첫번째 순위로 꼽혔다.문화체육부가 국내외 관계자와 주한외교사절,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의견수렴 작업 결과다.잘 된결과로 보인다.

해방후까지도 「양복장이」 또는 「마카오신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복은 우리의 일상복이었으나 이제는 거의 예복으로만 쓰이고 있다.설날·추석같은 명절이나 파티같은 특별한 모임에서나 입는 옷이 돼 버린 것이다.그 결과 겨울에도 주아사·생항라등 여름옷감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모든 건물의 난방이 좋아진 탓이라고도 하나 겨울의 여름한복은 보기 민망하다.

한복은 색의 배합과 속옷 갖추어 입기 등 법도를 지닌 옷이다.남편이 살아 있을때는 자주 고름을 달고 아들을 두었을때는 저고리에 남색 끝동을 달아 입는다는 등.그런 법도까지 지킬수는 없다해도 한국문화 상징물로서의 한복은 그 품격과 아름다움을 지닌 원래의 모습으로 가꾸어져야겠다.
1996-12-03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