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상업주의를 경계한다/박정순 경북대 교수(발언대)

미디어 상업주의를 경계한다/박정순 경북대 교수(발언대)

박정순 기자 기자
입력 1996-10-28 00:00
수정 1996-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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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니시리즈 「애인」을 두고 논란이 많다.가정의 부부윤리를 파괴하는 불륜을 미화하고 정당화시킨다는 것이다.이같은 비난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라기보다는 일부 남성들의 일방적인 개탄과 탄식처럼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애인」이 화제를 모으게 된것은 그것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이다.「애인」이 단지 불륜을 미화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왜 그렇게 높은 시청률을 보였을까?이 드라마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 이유를 「기혼여성들의 내면적 욕구불만을 대리만족을 통해 해소시켜 주기 때문」이라 해석한다.그런데 만일 드라마가 그런 기능을 했다면 기혼여성들의 외도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애인」에 대한 논란은 남편의 불륜을 참아 왔던 여성들의 반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가부장적 위기의식이 만들어 내는 담론이다.「나는 그래도 너만은」이라는 남성심리가 여기에 깔려 있다.「애인」과 같은 기간에 방영된 다른 채널의 드라마 「행복의 시작」에서도 역시 삼각관계의 불륜이 있지만 「애인」에 대한 비난과 같은 류의 성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러나 사실 「애인」을 둘러싸고 나온 미디어 담론중에는 이런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남성들의 위기의식을 고취라도 하듯 권위있는 신문·잡지·방송들은 지금 여성의 외도욕구(?)에 대한 조사결과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이것이 뉴스가치를 갖고 보도되는 이유는 여성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다.여기에다 「애인」으로 비롯된 남성들의 걱정에 편승하여 기사를 좀더 많이 팔자는 미디어 상업주의가 아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뉴스가치를 지닌다.

결국 미디어 상업주의는 「애인」과 같은 드라마를 통하여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고 다시 이것을 개탄하는 담론들을 만들어 냄으로서 사회적 통념으로 포장된 가부장적 기존질서를 재생산해 낸다.따라서 한 드라마가 마치 모든 것의 원인인 것처럼 시청자 대중의 이름으로 분노할 필요는 없다.미디어는 서로 도와가면서 남성들의 불륜권을 여전히 확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1996-10-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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