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못하는 혼혈이 간첩?(사설)

우리말 못하는 혼혈이 간첩?(사설)

입력 1996-10-09 00:00
수정 1996-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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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무장공비사건으로 몰린 궁지에서 벗어나려 또 다른 술수를 들고 나왔다.자신들이 피해자라며 낯두꺼운 덮어씌우기전술로 「보복협박」을 하다 효과가 없자 선교차 밀입북한 미국인을 잡아 한국첩자라고 어거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선교를 해보겠다고 어수룩하게 북으로 넘아갔다가 졸지에 간첩누명을 쓴 에븐 칼 헌지크씨(26)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아로 한눈에 외국인임이 드러나고 한국어도 거의 못해 북한내 첩자노릇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사람이다.더구나 입북하다 체포된 지 한달보름이나 지난 시점에서 간첩사건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을 보면 북의 처지가 얼마나 다급한지 짐작케 된다.

북한이 생떼를 쓰는 속셈은 뻔하다.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클린턴행정부가 외교적 두통거리를 피하려 한다는 점을 이용,미국과 단독대화채널을 구축해보겠다는 것이다.미국이 자국민보호를 중시하므로 송환협상은 쉽게 성사될 것이고 이 협상테이블에서 헌지크씨 송환대가로 무장공비사건과 관련한 양보를 미측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인 것이다.

북한은 또 이 날조된 간첩사건을 수세에 몰린 유엔등 국제무대에 들고 나가 마치 남북한이 서로 저지른 간첩사건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어 무장공비사건을 희석시키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보복위협으로 역공을 폈지만 국제적으로 차가운 시선만 자초한 셈이 됐다.더욱이 한·미 양국의 강경대응으로 실제도발을 자행키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미국인 간첩사건인 것이다.

10일 미 국무부 윈스턴 로드차관보의 내한으로 이뤄질 한·미대책회의에서 두 나라는 탄탄한 공조를 확인하고 북의 잔꾀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996-10-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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