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김선재씨 일가(컴퓨터와 더불어)

간호사 김선재씨 일가(컴퓨터와 더불어)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1996-08-30 00:00
수정 1996-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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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컴퓨터에 빠졌어요”/할머니는 테트리스 박사/아들은 게임도사/김씨는 병원PC고장 해결사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병욱이네 가족은 컴퓨터와 관련된 별명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등학교 2학년생인 병욱이는 「게임도사」,어머니 김선재씨(43·경희의료원 인공신장실 간호사)는 「컴퓨터 검열관」으로 불린다..또 칠순인 외할머니는 「테트리스박사」로 통한다.3대로 이뤄진 컴퓨터 가족이다.

병욱이네 가족이 컴퓨터와 친해진 것은 올해로 간호사생활 20년째를 맞은 어머니 김씨 덕분이다.

김씨는 8년전인 지난 89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매사에 자신이 없어 하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병욱이를 보면서 컴퓨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한가지라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길이 될 것 같아서였다.곧바로 병원 컴퓨터동호인회에 가입하고 「컴퓨터를 배우려면 컴퓨터부터 사라」는 동호인회장의 말을 따라 286급을 구입했다.

『처음엔 기본 개념이 서있지 않아 단어 하나 하나가 너무나 생소했습니다.다운된 컴퓨터를 살려내는 법등을 회장님의 어깨 너머로 배웠지요.받아 적은대로 해봐도 컴퓨터가 자꾸만 다운되더라구요.내가 이렇게 멍청할 수 있는가 하고 낙심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1년여에 걸쳐 하드디스크 포맷과 프로그램 복사 등 도스의 기본개념을 익힌 김씨는 틈만 나면 병욱이가 보는 앞에서 컴퓨터를 두들겼다.김씨의 생각은 적중했다.컬러모니터로 바꿔준지 얼마되지 않아 병욱이는 종일 컴퓨터오락에 빠져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오락에 너무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막지 않았습니다.오락이 컴퓨터를 아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자연스럽게 도스의 기본명령어를 자판으로 두드리다 보니 혼자 영어를 읽고 꽤 많은 단어를 외우더라고요.병욱이한테는 「게임도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닙니다.또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성격도 갖게 됐지요.영어에 취미를 갖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결실입니다』

김씨는 요즘 병원내의 컴퓨터고장 문의에 응답을 해주고 있다.때로는 고장난 컴퓨터를 고쳐 주기도 한다.병원 안을 돌아 다니며 컴퓨터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인 V3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도 김씨 일이다.병원내에서 도스강좌도 하면서 아들과 친정어머니의 컴퓨터생활 감시역(?)도 맡고 있다.어머니가 컴퓨터도사이다 보니 아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딴 짓을 할 수가 없다.

『한번은 집에서 인공신장실 간호사들과 도스실습을 하다가 디스켓에서 히든파일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압축을 풀어보니 음란디스켓이더라구요.그때 모인 사람들이 「이래서 엄마들이 컴퓨터를 배워야하는 거야」하더군요』

이런 김씨도 「테트리스」만큼은 친정어머니를 못당한다.불면증 해소용으로 병욱이에게서 286급을 물려 받은 이 할머니의 「테트리스」수준은 가족중에서 최고다.고희를 맞은 그는 노인들이 치매를 막기 위해서라도 간단한 컴퓨터게임을 배우고 자판을 두드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들이 컴퓨터오락을 한다고 야단쳐선 안됩니다.밖에 나가면 오락실 천지 아닙니까.차라리 어머니들이 컴퓨터를 배워 자녀들의 대화상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김씨가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당부다.<박건승 기자>
1996-08-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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