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승부” 장기적 전략/변호인 2번째 사임계 제출 배경

“2심서 승부” 장기적 전략/변호인 2번째 사임계 제출 배경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6-07-30 00:00
수정 1996-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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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에 불리한 증인 신문은 일단 피해/재판 공정성에 흠집내려는 정치적 계산도

12·12 및 5·18사건의 변호인 6명이 29일 25차 공판에서 또 다시 전격 사임했다.황영시 피고인 등의 변호인들이 사임함으로써 막바지까지 파행으로 거듭 얼룩졌다.

지난 8일 전두환·노태우 피고인의 이양우 변호사 등 8명이 사퇴한 데 이어 두번째다.

변호인단의 사임은 앞으로의 재판을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변호인단은 사퇴 이유를 일단 재판부에 떠넘겼다.정영일 변호사 등은 『재판부가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들은 채택도 하지 않고,채택한 증인들도 신문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더욱이 최규하 전대통령을 비롯,기왕에 채택한 44명의 증인들을 모두 취소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노피고인 변호인단의 사퇴이유와 상통한다.그들은 『주 2회 공판이 이뤄지지 않아 변론권 보장이 어렵고 재판부가 유죄의 예단을 갖고 형식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사퇴했었다.

그러나 변호인의사임에는 보다 현실적인 압박감이 크게 작용했다.사실관계가 이미 충분히 드러난 만큼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증인들의 신문을 피해가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법조 주변에선 변호인들이 더 이상 얻을 게 없어 「사석처리한 것과 다름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본다.

정치적 이유도 있다.재판이 정치적인 목적과 필요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25차례의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의 불참과 퇴정,사퇴 파동이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증인신문에서 이뤄졌다는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전·노피고인의 변호인단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1심을 포기하고 2심에 전력 투구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덧붙였다.어차피 1심에서는 중형을 피할수 없는 만큼 여론이 가라앉은 뒤 2심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이다.정치적 타협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의 인권보장을 외치면서도 8월5일의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포기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역사적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하기보다는 정치적 공세와 재판부 발목잡기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판부 역시 변호인들의 사퇴로 또 다시 상처를 입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오는 8월5일의 검찰 구형과 19일의 재판부 1심 선고도 변호단의 대거 불참으로 다소 김이 빠지게 됐다.재판 진행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부담으로 떠안게 됐다.〈박선화 기자〉
1996-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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